단독법원, 필립모리스-식약처 소송 "조정권고"...사실상 필립모리스 승리

Photo Image
담배연기와 아이코스 증기의 비교. 자료=필립모리스 제공

법원이 한국필립모리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조정을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 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이 조정의 핵심 내용으로 사실상 한국필립모리스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이는 식약처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 공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8일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한국필립모리스가 지난해 10월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결과' 발표 근거가 되는 분석방법과 실험 데이터 등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에 대해 조정권고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 7월 식약처를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사실을 공개하고 “식약처는 제한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 등 이미 공개된 정보 외에는 제공하지 않았다”며 소송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식약처가 발표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에 포함된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아홉 가지 유해물질' 함유량이 일반담배에 비해 평균 90%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한국필립모리스는 식약처가 이 같은 결과보다 타르 수치 비교에만 초점을 맞춰 여론을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단순 비교는 과학적인 타당성을 인정받기 힘들 뿐만 아니라 타르는 일반담배 연기에만 적용되는 개념으로 태우지 않아 연기가 생기지 않는 아이코스 같은 제품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소송에 식약처는 법무법인 동인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정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법원의 조정권고에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다. 법원의 조정권고에도 식약처는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분석방법과 실험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해당 소송은 기업이 규제기관을 상대로 직접적인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아왔다. 궐련형 전자담배 위해성 여부를 가리는 내용은 아니지만 식약처가 공개한 유해성 실험방법의 재현성이 떨어지거나 정확도가 부족할 경우 국내 정부 실험기관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실상 한국필립모리스의 승리로 평가받는 법원의 이번 조정권고안으로 향후 다양한 식·의약품업체들이 비슷한 정보공개 청구가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법원이 한국필립모리스와 식약처에 대해 정확한 판결을 내리기 전 조정을 권고한 만큼 향후 내릴 판결에서 이를 뒤집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법원의 판결에도 항소심과 상고심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최종 판결이 나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법원의 조정권고는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과 유해성을 분석하고 있는 식약처의 발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액상형 전자담배 업계는 대기업이 아닌 수많은 중소업체들이 많은 만큼 집단 소송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자담배 업계는 식약처 발표 후 이를 면밀히 검토한 뒤 행정소송 등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소송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건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