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22>컴퓨터-4차 산업혁명의 뇌

컴퓨터 역사는 수천 년 이상 사용돼 온 주판과 같은 계산기기에서 출발한다. 중세 시대 이전에 이미 아날로그 컴퓨터가 제작돼 천문학 계산에 쓰였다. 1206년에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아날로그 컴퓨터가 만들어졌으며, 1937년에 전자식 디지털 컴퓨터가 만들어졌다. 현대식 컴퓨터는 오락이나 전자메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암호 해독, 탄도미사일 궤도 계산, 통계 처리 등 대용량 정보 처리를 위해 만들어졌다. 1880년께 미국은 인구조사 결과 정리에 7년 이상이 걸렸지만 펀치카드 시스템을 도입해 1880년 인구조사 결과를 3년 만에 끝낼 수 있었고, 당시 화폐로 500달러 비용을 절약했다. 이 일을 해낸 통계학자이자 발명가인 허먼 홀러리스가 설립한 회사가 오늘날의 IBM이다.

컴퓨터는 증기기관, 전기(스위치 및 릴레이), 진공관, 게르마늄 반도체 소자, 실리콘 반도체 소자(집적회로 포함) 등 새로운 기술이 차례로 융합되면서 1세대 기계식 컴퓨터, 2세대 진공관 컴퓨터, 3세대 반도체 컴퓨터, 4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 컴퓨터로 진화해 왔다. 1947년에 개발된 트랜지스터가 1955년에 진공관을 대체했고, 1956년에는 상업용 트랜지스터 컴퓨터가 생산됐다. 프로그램형 디지털 컴퓨터가 만들어진 것은 1943년의 일이다.

컴퓨터 기술은 그동안 전문가 중심에서 일반 대중, 대형 컴퓨터 시스템에서 개인용컴퓨터(PC), 기업이나 개인의 개별 소유에서 클라우드 방식의 공유로 발전해 왔다. 기술로는 아날로그 컴퓨터가 디지털 컴퓨터로 바뀌고, 1만8000개의 진동관을 사용하고 200킬로와트(㎾) 전기를 사용하던 30톤 무게의 초기 컴퓨터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컴퓨터(스마트폰)가 손안에 들어오게 됐다. 최근 그래픽처리장치(GPU)나 텐서처리장치(TPU)와 같이 영상, 문서 등 특정 정보를 낮은 에너지로 고속 처리하는 기술이 개발되는 등 컴퓨터 성능이 더욱 개선되고 있다. 컴퓨터 성능은 2015년에 생쥐 수준을 넘어섰고 2023년에는 특정 영역, 2045년에는 일반 영역 전반에 걸쳐 인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컴퓨터는 지금까지 집적회로(IC) 내 반도체 수가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나는 무어의 법칙을 따라 눈부시게 발전해 온 반도체 기술 덕택에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감당할 수 있었다. 최근 컴퓨팅 속도가 2배 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2년으로 느려지고 있고,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기술이 물리력의 한계에 접근함에 따라 대안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고 있다. 반면에 휴대 기기, 사물인터넷(IoT)의 빠른 보급과 빅데이터 확산, 가상공간물리체계(CPS) 도입 등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됨에 따라 생산되는 데이터 양이 폭증하고 있어서 초고속 컴퓨팅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 컴퓨터 운용 및 데이터 저장에 소모되는 전력량이 전체 전기소비량의 1%를 넘어섰고, 더욱 많은 전기가 필요할 전망이어서 에너지 소모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게 됐다.

2013년에 생산된 데이터 양이 4.4제타바이트(1제타바이트는 1테라바이트의 10억배)에서 2020년에는 10배인 44제타바이트로 늘어나는 데이터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컴퓨터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양자를 이용하는 큐비트나 전자의 스핀 상태를 이용하는 스핀 큐비트를 기반으로 하는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고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동작하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 소자와 같이 현재의 실리콘이나 화합물 반도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소자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2040년 이후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에는 4차 산업혁명의 말초신경에 해당하는 스마트 센서에 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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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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