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다자무역체제가 아닌 지역별, 분야별 무역협정이 중첩된 다층(multi-layered) 무역체제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18일 '무역협회가 뽑은 통상이슈 TOP 7'를 발간하고 △WTO의 위기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한국-신흥국 간 FTA 체결 △미중 통상분쟁 △보호무역조치 확산 △국가안보의 무차별적 사용 △브렉시트(BREXIT)를 7대 통상 이슈로 선정했다.
보고서는 “WTO 출범 이후 164개국이 하나의 통일된 무역질서를 따르는 다자 무역체제는 지속적으로 약화돼왔다”면서 “오는 12월 미국이 WTO 상소기구 신임 위원 임명을 거부할 경우 국제분쟁 해결 기능이 약화됨에 따라 이를 기점으로 세계무역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술진보에 따른 무역 형태의 변화, 신흥 개도국 성장 등 영향으로 새로운 통상규범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지역 무역협정과 복수국 간 분야별 협정이 난무하는 다층 무역체제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최근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거대 경제권이 포함된 메가 FTA가 잇달아 타결 또는 발효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등 11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이 발효됐다. 이달 초에는 한중일 3국을 포함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협정문이 타결되기도 했다.
무역협회는 지역별 무역협정을 통한 시장 개방 및 신 통상규범 제정 노력과 별개로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국가별 보호무역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WTO를 통한 다자간 분쟁 해결절차가 약화된 상황에서 무역구제 조치가 남용될 가능성이 커졌고 미국 등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자국경제 우선주의 경향도 지속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세계무역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내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특히 우리 정부는 중견국 연대 및 신 통상규범 수립 주도 등을 통해 한국의 통상 위상을 강화하고 핵심 신흥국과의 수준 높은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 제현정 통상지원단장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통상질서의 큰 흐름과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무역협회가 앞장서 기업-정부-유관기관 간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