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조기 판결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SK이노 측은 맞대응을 자제하는 한편 소송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LG화학은 별도 자료를 내고 ITC에 SK이노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 조기 패소 판결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내 법무팀과 소송대리인 로펌 등이 내부 검토 끝에 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개시(Discovery) 과정에서 광범위한 증거인멸로 ITC를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ITC가 중시하는 증거보존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올해 4월 8일 영업비밀 침해 관련 내용증명 공문을 발송한 이후 SK이노는 관련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자료 삭제 관련 메모를 보냈다”며 “또한 4월 12일 사내 75개 관련조직에 삭제지시서 등 당사 관련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 관계자는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이노의 증거인멸과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났다”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ITC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미지수다. 다만 소송 당사자 일방이 증거 자료 제출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거나 고의 누락한 사실이 확인되면 판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K이노 측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고위 관계자는 “당초 소송으로 해결하겠다는 LG화학이 여론전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자사는 원칙대로 소송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