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총 3224억원(국고 2320억원)을 투입하는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사업은 중소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적시에 공급하는 '마중물' 역할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과 경기 침체 속에 타이밍이 관건이다. 정부 차원에 예비타당성조사로 심의를 마친 가운데 국회도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관련 예산이 적시에 투입되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위기 심화 배경
ICT R&D 바우처 사업을 도입 배경은 경기 침체로 인한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와 R&D 비효율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 생산성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기술력까지 저하시키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다는 우려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생산력을 나타내는 생산성지수는 2018년 1월 109.4에서 2019년 2월 83.8로 저하되는 기간 동안 수출액은 92억달러에서 72억달러로 감소했다. 중소기업은 ICT R&D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 또한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되면서 주로 국내 중소기업이 영위하는 산업분야인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도 기술력 확보가 절실해졌다.
하지만 기존 정부 R&D 사업은 기초 원천기술 등 장기 과제에 집중됐고 ICT R&D 역시 과제를 지정해 기술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이전하는 '톱-다운' 위주였다. 정부는 기존 방식으로는 기업 요구사항을 신속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명백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과기정통부 ICT R&D 바우처 사업은 '신속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중소기업이 당장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1년 또는 2년 과제 등 단기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R&D 패러다임, 수요자 중심으로
ICT R&D 바우처 사업은 과제 공모를 통해 중소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과기정통부에 제출, 직접 연구기관을 선택해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기업이 적절한 연구기관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정부가 중간에서 적절한 출연연을 찾아 지원하도록 매칭한다.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연구자금은 기업이 아닌 연구기관에 전달된다.
과기정통부는 연구기관이 자금 문제를 겪지 않도록 연구자금 60%를 과제 선정 직후 지급하고 40%를 과제 완료 이후 지급한다. 해외에도 유사한 제도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선지급하는 사례는 우리나라 유일하다. ICT 분야에 특화한 바우처 지원 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과기정통부는 ICT R&D 바우처 사업을 세계에서 유례없는 R&D 혁신정책 브랜드로 내세웠다.
ICT R&D 바우처 사업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연구기관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도 일조할 전망이다. 대학과 출연연은 기업과 정부의 직접 연구 자금 지원은 물론이고 기업과 교류하면서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학습하며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ICT R&D 바우처로 개발한 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이 기존 정부 R&D 성공률의 갑절인 55%에 이르는 것은 수요자 중심 효과를 냈다는 방증이다.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역시 이 같은 성과가 인정받은 결과다.
◇국회 논의 전망은
과기정통부는 당장 내년 예산 488억원을 투입해 105개 과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예산 심사가 진행 중인 국회에 조속한 심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8월 정부 전체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에야 ICT R&D 바우처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며 일정상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첫 관문으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이번주 예산안 상정과 예산심사 소위원회를 개최한다. 이후 국회 예산결산심사위원회가 예정돼있다. 국회 일각에서는 신중한 기류도 감지된다.
과기정통부는 중소기업 기술지원 시급성을 고려할 때 반드시 올해 예산을 통과시켜 내년 본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에 대한 컨설팅을 비롯해 예산 사용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ICT R&D 바우처 사업은 예타 통과로 충분한 사업 근거가 확보됐지만 최소한의 사업 연속성을 확보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면서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