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출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제2금융권에 적용한 TV광고 시간 규제가 되려 역차별을 불러일으킨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OK저축은행이 금융그룹이란 명칭을 이용해 사실상 저축은행 광고를 TV광고 규제와 상관없이 방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저축은행 성장이 가팔라지면서 이와 같은 규정 회피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자체 캐릭터인 '읏맨'이 등장하는 TV광고를 방영 중이다. 내용은 읏맨이 과소비를 부추기는 괴물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이 광고는 OK금융그룹이란 문구가 삽입된 이미지 광고다. 따라서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TV광고 시간제한도 받지 않는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5년 저축은행 TV광고에 대해 자율규제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내용은 어린이·청소년이 시청 가능한 오전 7~9시·오후 1~10시(평일)와 오전 7시~오후 10시(주말·공휴일)에 저축은행 광고를 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극적인 대출광고로 과도한 빚을 조장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대상은 저축은행중앙회에 소속된 79개 저축은행이다.
당시 업계는 이미지·브랜드 상승 목적이나 기업 이름 홍보와 같이 대출과 관련이 없는 광고나 정부 정책상품에 대해선 TV광고 시간 규제에 포함되지 않도록 요구했다. TV광고가 여전히 고객 유입이 큰 홍보 효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그 역시 저축은행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문제는 OK저축은행의 광고다. TV광고 시간 규제를 받는 OK저축은행의 광고에도 읏맨이 출연한다. 여기서 나오는 읏맨은 버젓이 대출상품 관련 내용에 관여하고 있다. OK금융그룹 광고에서 과소비를 부추기는 괴물과 맞서 싸우는 캐릭터가 심야시간에는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두 광고 모두 동일한 캐릭터가 나와 사실상 일반 소비자에겐 동일한 광고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TV광고 시간 규제를 할 때 업계가 이미지나 정책 상품에 대해 시간 규제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저축은행이란 이유로 거절당했다”면서 “OK금융그룹 광고가 불법은 아니지만, 개별 저축은행 이미지 TV광고 시간까지 제한받는 상황에 대형 저축은행이란 이유로 회피하고 있어 역차별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저축은행들이 대형화하면서 이런 형태의 TV광고 규제를 피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매년 저축은행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 40조원이던 저축은행업계 자산규모는 올해 6월 기준 70조원을 크게 상회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그룹을 선언하는 저축은행도 늘고 있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상 이런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