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다시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 서는 것은 지난해 2월 5일 항소심 선고 이후 62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25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출석해 취재진에게 이 같이 말했다. 이 부회장은 오전 9시 30분경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검은 양복에 회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그는 “뇌물 인정 액수가 올라가 형량이 바뀔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기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재판에 따라 경영활동 계획이 바뀌느냐”, “오너가 다시 법정에 서면서 삼성그룹 오너 리스크가 커진다는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지난 8월 대법원은 뇌물액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이 부회장은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불구속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