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克日' 순조…부족한 'EUV PR' 벨기에産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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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전시된 웨이퍼.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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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포토레지스트 월별 수입액 추이. <자료=관세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가 벨기에에서 들여온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PR)로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로 말미암은 부족분을 상당수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제조기업 가운데 77%는 당장 한-일 무역 분쟁으로 인한 영향은 없다고 응답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수출 규제를 시행한 지 100일이 넘은 가운데 국내 기업은 차분히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벨기에에서 우리나라로 들여온 포토레지스트(HS코드:3707901010) 수입액은 459만6000달러(약 54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액 84만1000달러보다 446%나 증가했다.

벨기에산 포토레지스트 수입량은 특히 지난 7월부터 급격히 늘었다. 지난 6월만 해도 수입액이 6만6000달러에 불과했지만 7월 이후 매달 100만달러 이상 꾸준히 수입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EUV 포토레지스트를 포괄 허가 대상에서 개별 허가 품목으로 바꾸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가 급박하게 벨기에 거래처를 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인 반도체 연구개발(R&D) 허브인 IMEC와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 JSR코퍼레이션이 합작 설립한 RMQC와 협력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서 발표한 수입액은 범용으로 쓰이는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량은 EUV 포토레지스트 제품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업체는 벨기에에서 건너온 EUV 포토레지스트로 부족분을 충분히 대체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3분기 벨기에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포토레지스트 중량 합계는 0.9톤이다. 부피 단위인 갤런으로 환산하면 250~260갤런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는 월 80갤런 정도의 EUV 포토레지스트, 아직 EUV 공정을 도입하지 않은 SK하이닉스는 10갤런 이하의 양을 각각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별 사용량을 고려하면 제조 라인에서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양을 수입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EUV 공정 수주가 점차 늘고 있지만 두 업체의 EUV 포토레지스트 부족분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련 소재 업체가 EUV 포토레지스트 성능 개선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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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무역분쟁 영향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자료 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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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무역분쟁에 따른 부정영향의 세부 내용 <자료 산업연구원>

국내 주력 제조 기업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 여파를 당장은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국내 제조 기업 105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8%는 한-일 무역 분쟁으로 인해 별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악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14.3%에 불과했다.

세부 업종별로 보더라도 당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기업 비중은 적었다. 이차전지, 기계, 반도체에서 영향이 크다고 응답했지만 이차전지 기업 외에 악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기업 비율은 20%를 넘지 않았다. 이차전지 기업은 27.4%, 일반기계는 19.6%, 반도체 17.2%, 자동차 15.5%, 화학 13.2%로 한-일 무역 분쟁으로 인한 악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 주력 제조 기업은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인해 소재 수급 불안정 등 직접 사업에 차질을 빚기보다 양국 관계 경색으로 인한 간접 피해를 우려했다.

국내 기업은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인한 악영향으로 '일본산 소재·부품 조달난에 따른 생산 차질'(22.3%)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이는 '국내외 여건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피해'(22.2%)를 꼽은 기업과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원·하청 업체 생산 차질로 인한 간접 피해'를 우려하는 기업은 19.9%로 나타났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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