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총 13개(명칭) 주요 법안을 언급했다. 민생경제와 공정사회를 위한 법안이라며 이들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여야는 대통령 연설 이후에 입장차를 분명히 했다. 주요 법안의 순조로운 처리는 요원해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언급한 법안은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법안이었다. 사법개혁 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이 골자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라며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며 “'공수처법'은 우리 정부부터 시작해서 고위공직자를 더 긴장시키고, 보다 청렴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에 대해선 입법 외 시행령 개정 등 정부도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국회도 검찰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달라”고 당부했다.
민생경제와 국민안전을 위한 법안 처리도 요구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데이터 3법', 기술자립화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등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 근로시간 단축이 확대 시행됨에 따라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 그래야 기업이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촉진법' '농업소득보전법' '소상공인기본법' '유치원 3법' '소방공무원국가직전환법' '청년기본법' '가정폭력처벌법' '국회법'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민생'과 '안전'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국회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주시길 바란다”며 “국회 입법 없이는 민생 정책이 국민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엉킨 국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들과 회동'도 활성화해 협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민생경제 법안 등의 처리를 강조했음에도 여야간 이견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 법안 처리는 '제2의 동물국회'가 우려될 정도로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9일 이후 사법개혁 법안의 본회의 자동상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선 '독재'를 위한 호위무사를 만드는 격이라며 비판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강조한 공수처법에 대해서는 여야 간 접점을 찾아야 20대 국회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반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늘 연설의 압권은 '공수처 보채기'였다”며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 아니라 국회의 시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주요 경제 법안인 탄력근로제 확대와 빅데이터 3법, 유치원 3법 등도 처리 여부가 유동적이다. 여야 간 이견차가 완전히 해소되진 않은 상태인데다 국회가 다음달부터 사실상 총선모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