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인증 획득을 위한 시간과 비용은 스타트업 업계에 또 다른 애로사항이다. 공유 전동킥보드 국가통합인증(KC) 확보가 미비한 것을 스타트업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이유다. 제품 인증에 대한 매뉴얼을 통합하고 혁신 제품에 대해 정부가 지원해 스타트업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은 KC 인증 확보에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이 든다고 하소연한다. 정보력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외부 컨설팅사에 위탁할 경우, 인증 관련 부대비용이 천만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증에 필요한 인력 및 기간을 소규모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쉽지 않다.
기성 기업과 달리 인증 전담인력을 두기 어렵고 관련 정보가 부족해 탐색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인증기관마다 기준이 각기 다른데다 제품 하나에도 품목별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은 통상 인증기관 출신이 운영하는 컨설팅 업체에 외주를 맡겨 해결하는 방식을 쓴다. 컨설팅 비용은 품목당 5000만~7000만원 선이다.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을 예로 들면 전동킥보드 본체, 서비스 운영용 전자 단말기, 추가 배터리팩까지 최소 세 가지 품목 인증을 받아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다. 같은 제품 견적을 내도 컨설팅 업체에 따라 비용 차이가 10배 이상 난다.
인증에 적잖은 시간도 소요돼 원하는 시기에 제품 수급이 쉽지 않다. 이런 문제 때문에 많은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는 기존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을 사용한다. 정식 수입사, 제조사가 미리 KC인증을 받았다면 운영사가 별도로 인증받을 필요가 없다.
다만 이 경우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 선택 폭이 좁아진다. 합리적인 제품을 두고 비싼 제품을 도입해야 할 수 있다. 또 시중 유통 중인 제품은 대부분 개인 이용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내구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공유 서비스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더 적합한 제품을 해외에서 발견해도 국내 시장에 들여오기 쉽지 않다. 해당 제품 제조사가 한국 진출 계획이 없다면 인증 비용을 국내 스타트업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인증기관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하려면 현지 제조사에 자료를 요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나, 해당 지역 언어에 능통한 직원을 따로 두는 것도 작은 스타트업에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제품 발굴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조직 자원을 들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인증 프로세스 자체를 줄이지는 못해 그에 따르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힘들게 인증을 확보해도 현행 안전인증 기준 자체가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이드라인이나 기준이 모두 개인 이용에 초점이 맞춰져 공유 서비스 운영 업체는 사내에서 별도로 추가 안전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 관계자는 “업체들이 이용자 안전을 위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테스트를 하지만, 내부 연구 결과에 기준을 두다 보니 적정 기준에 대한 혼란이 있다”면서 “시장 현황에 맞는 검증 및 안전 기준 체계를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