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국제공항 입국장면세점이 내년 초 개장을 목표로 시설공사에 들어간다. 앞서 개장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면세점이 수요 예측 실패로 부침을 겪는 상황에서 타개책 없이 섣불리 사업 확대에 치중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면세점 도입을 위한 시설개선 공사를 최종 허가했다. 입국장면세점 공간 마련을 위해 국제선 도착격리대합실을 1023㎡ 확장하는 공사다.
면세매장은 인천공항과 마찬가지로 1층 수하물 수취지역에 200㎡ 규모로 들어선다. 한국공항공사는 11월부터 본격적 공사에 돌입해 12월 준공 예정이다. 이후 사업자 입찰을 거쳐 늦어도 내년 상반기 개장이 유력하다.
그러나 당장 입찰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앞서 지난 5월 개장한 인천공항 입국장면세점이 기대 이하의 매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의원실이 공개한 입국장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면세점의 7월 총 매출은 41억8700만원에 그쳤다. 여름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픈 첫 달보다 매출이 23.8%나 감소했다. 공사 측이 예상했던 월평균 매출(88억원)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당초 판매 품목 제한과 낮은 상품 경쟁력, 협소한 공간 탓에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담배는 면세점 주요 인기품목이지만, 불법 되팔기 우려가 있어 판매 품목에서 제외됐다.
업계에선 입국장면세점 실적 개선을 위해 담배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면세업계는 지난달 13일 열린 공항공사·사업자간 간담회서 담배 허용을 비롯해 적극적 대책 마련을 주문했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아직까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의 건의사항 중 일부를 반영해 향수를 제외한 화장품 품목은 테스트 및 자율포장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당초 입국장 특성상 마약탐지견 후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향수·화장품은 테스트 사용을 금지했었다.
그러나 주력 품목으로 기대했던 화장품 매출이 기대 이하 실적을 거두면서 조건을 완화했다. 실제 엔타스 입국장면세점 7월 매출액 9억7500만원 중 화장품은 7200만원으로 7.4% 비중에 그쳤다. 이 외에도 1터미널 에스엠면세점의 동·서편 매장 취급품목·브랜드 동일 구성 조건도 완화해 자율성을 허용했다.
이달호 엔타스 입국장면세점장은 “화장품은 테스트 후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완화 조치가 반갑다”면서 “다만 고객의 발길을 이끌만한 품목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담배 판매 허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 관계자는 “담배 허용 여부는 시범운영 6개월간 실적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면서 “김포공항 입국장면세점 건은 사업자(한국공항공사)가 추후 사업을 대비한 위한 선제적 조치 차원이며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