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판교 사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상 새로운 선장에 오른 허민 고문의 모레시계가 가동됐기 때문이다. 리뷰가 진행되는 이른바 '허민 빌드' 결과에 따라 개발팀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내부적으로 신규 개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재구성 작업이 한창이다. 전망이 안 좋거나 부실화된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핵심 프로젝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조직 비효율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비용 누수를 방지하는 작업이다.
추석 직후 시작된 프로젝트 일제 리뷰가 종반전으로 향한다. 리뷰는 이달 말 마무리된다. 프로젝트 존폐 여부는 내달 초 윤곽이 드러난다. 대상 개발자들은 존속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의 몇 개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내부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리뷰를 진행하는 빌드는 일명 '허민 빌드'다. 새롭게 개발 자문역을 맡은 허민 고문 입김이 반영되는 첫 무대임을 빗댄 표현이다. 7개 개발 스튜디오의 프로토타입 수준을 포함한 22개 프로젝트가 이 빌드를 제출했다.
개발 프로젝트 방향성을 확인하는 리뷰는 일정기간 텀을 두고 상시 진행됐다. 시기와 진척도에 따라 이정헌 넥슨 대표도 참여하는 개발 프로세스다. 하지만 이번 리뷰는 넥슨 매각 불발 이후 김정주 NXC 대표 의중으로 영입된 허 고문이 참여해 의미가 남다르다.
불필요한 프로젝트를 탈락시켜 조직 경쟁력을 쇄신하려 한다는 목적이 강하다. 개발자 사이에서는 '칼춤'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리뷰결과 드롭 결정이 되면 개발자는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 배치되거나 이직을 타진한다. 드롭은 프로젝트 중단을 뜻하는 업계용어다.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한 직원 사이에선 사실상 권고사직 통보로 받아들여진다.
아직까지 정확한 프로젝트 생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드롭 프로젝트가 많을수록 전환배치 대기자가 늘어난다. 일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는 적어져 전환배치 인력을 모두 수용하기도 힘들다.
넥슨은 이미 추석 전 '페리아연대기' '프로젝트G' 등 다섯 개 프로젝트를 드롭했다. 200여명이 대기발령을 받았고 현재 절반가량이 새 프로젝트를 찾았다.
넥슨은 “인력 감축 계획은 전혀 없다”며 “드롭된 프로젝트 팀 모두 전환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프로젝트가 얼마나 살아남느냐가 관건이 된 셈이다.
리뷰 결과에 따라 추가 인력을 투입해 힘을 싣는 프로젝트도 생길 전망이다. 재배치를 통해 능력을 훨씬 잘 사용할 수 있거나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히트'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던 넥슨에게는 게임 짜임새만큼이나 신작 출시 흥행도 당면과제다.
내부 소식통은 “넥슨은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이 아니어서 금융자산 건전성에 기반을 둔 움직임과는 거리가 멀다”며 “하지만 이에 준하는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어 판매 가능한 기업 가치를 형성하는데 하나의 방안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