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어려운 주제를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하지만 너무 겁먹지는 말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좋아하고 자주 하는 인터넷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집이나 학교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화면 가득히 온갖 정보가 뜰 겁니다. 몹시 빠른 속도로 원하는 정보를 척척 가져다주죠. 친구에게 이메일도 보낼 수 있고 포털에서 검색도 하며 때로는 물건을 사기도 하죠. 그런데 친구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너는 어느 통신사 인터넷을 쓰니?'라고 말이죠. 아마 회사 이름이 제각기 다를 겁니다. 우리나라에만도 최소 3개 이상 인터넷 회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인터넷 회사가 다른데 어떻게 우리는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오늘 주제인 '인터넷 상호접속'은 바로 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Q:인터넷 상호접속은 무엇인가요?
A:인터넷 통신망을 서로 연결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분이 매일 접하는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려면 실은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땅굴처럼 생긴 지하 관로나 땅 위에서 볼 수 있는 전주(전봇대)에는 수많은 통신망이 전국을 거미줄처럼 뒤덮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회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기 때문에 모두 자신만의 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통신망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터넷 회사가 다른 사람끼리는 이메일도 주고받지 못하고 정보를 볼 수도 없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인터넷 통신망을 어떻게 서로 연결하는지에 관한 절차와 방법 등을 법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터넷 상호접속제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모든 나라가 인터넷 상호접속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통신사업자끼리 계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상호접속을 하는 문화입니다.
Q:인터넷 상호접속은 왜 중요한가요?
A: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인터넷 상호접속은 '연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요합니다. 상호접속을 해야 모두가 연결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보편적 연결성'이라고 하죠. 인터넷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인터넷의 가치는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시장경쟁'을 위해서입니다. 만약 전국에 인터넷 통신망을 갖춘 통신사가 다른 통신사에 상호접속을 해주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규모가 작거나 뒤늦게 인터넷 시장에 뛰어든 통신사는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메일을 보낼 사람도 적고, 볼 수 있는 정보도 한정돼 있다면 이런 서비스를 사람들이 이용할까요? 결국 사람들은 큰 사업자로 몰릴 것이고 인터넷 시장은 독점이 될 것입니다. 독점이 나쁘다는 건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인터넷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정부는 규모가 제일 큰 1위 사업자에게 상호접속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즉 다른 통신사가 상호접속을 요청하면 반드시 들어주도록 한 것이죠.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엄한 처벌을 받습니다.
Q:인터넷 상호접속은 어떻게 하나요?
A:인터넷 상호접속은 두 통신사가 통신망을 직접 연결한다고 보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전선을 이어주듯 실제로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겁니다. 직접 연결이 어려울 때는 누군가가 중간에서 중계를 해주기도 합니다.
재밌는 점은 이때 '덩치'를 따진다는 겁니다. 덩치, 즉 규모가 중요한 이유는 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봅시다. 인터넷을 상호접속하는 것은 나 혼자 전국에 통신망을 깔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방 통신망을 이용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남의 영업도구를 좀 빌려 쓴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빌려 쓰는 대가, 즉 '상호접속료'를 내는 게 당연하죠. 그런데 상호접속을 하면 누가 이익을 볼까요? 덩치가 비슷한 통신사끼리는 서로 동등하게 이익을 보겠지만, 큰 통신사와 작은 통신사가 상호접속을 하면 아무래도 작은 통신사가 더 이익을 보겠죠. 그래서 덩치가 작은 통신사가 큰 통신사한테 요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물론 덩치가 비슷한 통신사끼리도 상호접속료를 주고받습니다.
Q:인터넷 상호접속이 왜 화제인가요?
A:사실 상호접속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용어는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통신사 간의 일이어서 일반 인터넷 이용자는 알 필요가 없는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죠. 그런데 최근 인터넷 상호접속이라는 용어가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니 이게 무슨 일일까요?
복잡한 이슈지만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결국 통신망을 이용하는 비용을 누가 내느냐를 두고 통신사와 콘텐츠 회사들이 싸움을 벌이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여러분 고화질 동영상 많이 보시죠? 이런 고화질 동영상이 많아지면 통신사는 인터넷 통신망을 더 많이 깔아야 하고, 상호접속료도 더 많이 내야합니다. 그래서 통신사는 그 비용의 일부를 콘텐츠 회사가 부담해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반면 콘텐츠 회사는 인터넷 요금을 받는 통신사가 욕심을 부린다고 반발하고 있죠. 이래저래 복잡하고 시끄러운 인터넷 세상입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련도서
◇초연결사회의 탄생, 김정섭 지음, 위키미디어
'모든 것은 어떻게 연결 되었나'란 부제를 달고 있다. 20년 넘게 '연결' 관련 일을 해왔고 지금도 기업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을 연결해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저자가 이론과 경험을 적절히 배합한 맛있는 책을 내놨다. 이동통신부터 시작해 통신위성, 사물인터넷, 집적회로, 고속연결, 프로토콜, 유무선 연결 등 연결과 관련한 기술과 부품, 제도, 역사 등을 풍부하게 다뤘다. 상호접속이 무엇인지 명시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인터넷 연결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정지훈 지음, 메디치미디어
의대를 나와 사이버대학 모바일융합학부 교수라는 독특한 이력을 자랑하는 저자가 '거의 모든 IT의 역사'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ICT 역사 시리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인터넷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고 있다. 인터넷 태동기 사회 분위기부터 인터넷 탄생, 비약적 발전, 현재와 미래를 다뤘다. 유튜브, 아마존, 페이스북 등 익숙한 기업이 등장해 읽기 수월하다. 인터넷 연결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