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세밀한 전략 수립 과정을 거쳐야 기술 자립을 쟁취하는 '독립군'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산과 역량을 마치 목표 없이 쏘는 총알처럼 낭비한다면 피해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박사는 넓은 시각에서 사태를 살필 것을 강조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사태가 촉발된 만큼 대일 의존도가 큰 분야를 우선 목표를 삼는 방법도 필요하지만, 너무 일본 수출규제에 매몰되면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일본만이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밸류체인 전체에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넓게 보면서 밸류체인 어느 부분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대응은 정밀해야 한다고 봤다. 이 박사는 “그동안 출연연 역할이 다소 추상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출연연이 역할과 책임(R&R)을 재정립했지만 다시 한번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출연연이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지 정확한 '타깃'이 눈에 드러난 형태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타깃 대응 기획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기술정책과 특임교수는 출연연과 담당 분야를 적절히 안배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출연연이 분야별로 나뉘어 있지만 실제로는 분야를 전담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이 때문에 출연연과 기업 간 연계가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정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지휘관'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전했다.이들이 각 출연연 전담 분야를 적절히 안배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곽 교수는 “R&D 주체는 출연연이지만 이들에게 미션과 중요 과제를 쥐어주는 것은 톱다운(Top-down) 방식이어야 한다”며 “정부에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줘야 각 출연연이 보다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수출규제 대응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