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뒷주머니 위에 붙은 태그(TAG)에는 'Corea'가 새겨졌다. 재킷 안감에 부착된 사각형 라벨에는 위아래로 빨간색, 파란색 실선을 평행으로 배치,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남성 의류 브랜드가 있다. '채드프롬'이다.
“한국 브랜드 슈트가 해외 브랜드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브랜드 라벨을 활용해 한국의 정체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박창우 채드프롬 대표는 맞춤 신사복을 만드는 테일러다. 자신의 브랜드를 이끌면서 아버지 박정열 테일러가 50년 넘게 전개 중인 비스포크하우스 '비앤테일러'의 이사직도 맡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1967년 서울 종로에 문을 연 보령양복점(비앤테일러 전신)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군 입대 전 부족한 일손을 돕기 위해 재단, 바느질, 가봉 등 양복 만드는 일을 하다 맞춤 양복의 매력에 빠졌다.
맞춤 정장을 찾는 고객들이 주말에 편하게 입을 만한 옷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해 2017년 캐주얼 슈트 브랜드 '채드프롬'을 선보였다.
채드프롬은 오버핏의 1940~1950년대 정통 클래식 슈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청바지는 클래식 정장 바지처럼 다리와 허리로 이어지는 밑위를 길게 디자인한다. 슈트처럼 포멀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리넨 바지도 선보였다. 허리 안쪽에 스트링을 넣어 본인 허리둘레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실용적 기능도 추가했다.
채드프롬 주요 고객층은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다. 처음 선보인 청바지는 두 달 만에 제작한 400장이 모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박 대표의 해외 출장에서는 그가 입고 있었던 채드프롬 재킷을 보고 구매를 제안한 바이어도 있었다. 박 대표는 이를 계기로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쇼룸에서 품평회를 진행했다.
해외 바이어 입소문을 타면서 채드프롬 주요 상품에 관한 온라인 문의도 늘었다. 박 대표는 현재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 솔루션으로 영문몰을 구축해 대응 중이다. 영문몰 오픈 이후에는 미국, 네덜란드, 스웨덴, 홍콩 등 다양한 국가 고객이 채드프롬을 찾고 있다.
박 대표는 다음 달 가을·겨울(F/W) 시즌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운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 원단 소재를 직접 개발하는 실험에도 힘을 쏟는다. 그는 과거 대나무 기반 레이온 원단을 사용한 셔츠를 출시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가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 한 발씩 전진하고 있다”면서 “클래식 슈트 정통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입고 싶은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