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64>중국 온라인 부동산 데카콘 '베이커자오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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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거품이 꺼지고 15년 이상 부진하던 벤처 투자가 2014년 전후로 활발해지기 시작해 올해는 과거 닷컴 투자 열풍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올해 들어 새로운 유니콘기업에 진입한 기업이 80개가 넘는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기업 가치 100억달러를 넘는 '데카콘' 기업이 바로 중국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기업 '베이커자오팡(매매아방)'이다.

기업 가치를 높게 인정 받은 이유는 최근 중국의 정보기술(IT) 거대 기업 텐센트가 앞장서서 무려 8억달러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또 해외 증시에 상장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18년 2월 설립 이후 1년 만에 데카콘 위치에 올랐다. 그러나 모회사는 이미 소개한 바가 있는, 중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에이전시 회사 '롄자'이다.(43회 참조) 베이커자오팡은 롄자의 성과를 이어 받은 회사다. 롄자 또한 텐센트가 2016년부터 투자하고 육성해 온 기업이다. 롄자가 임대 온·오프 플랫폼이라면 베이커자오팡은 부동산 매매를 주로 하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으로 특화하고 있다.

롄자 회장이자 대주주 쭤후이는 두 회사 회장직을 겸하고 있고, 롄자 유전자를 자회사에 이식하고 있다. 가장 큰 자산은 롄자가 수집하고 있는 중국 325개 도시 1억8700만가구 주택에 대한 부동산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1, 2급 도시 부동산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모바일 사회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부동산 분야 모바일화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베이커자오팡은 2018년 기준 하루 3000건 이상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켰다. 2019년 4월 기준으로 이 플랫폼에는 부동산 중개 브랜드 160개 이상, 부동산 중개회사 2만1000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20만7000명의 중개사가 이 플랫폼을 이용한다.

중국 98개 대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총 거래의 70%는 파트너사인 중개사와 중개회사에 의해 거래되고 있다. 마치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에서 자체 상품과 오픈마켓의 협력 파트너 회사가 공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한 부동산 거래에 중개사가 13명 이상 관여할 정도로 고객 확보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단 1년의 실험에서 이 플랫폼이 부동산을 사고 팔고자 하는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관련 부동산 중개사 및 브로커 자회사에도 가치를 제대로 제공하면서 돈을 벌 수 있고, 그런 전략을 추진할 자원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대부분 중개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소비자 불신이다. 그래서 부동산 중개 회사나 중개사가 존경받는 직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핵심 가치는 롄자와 마찬가지로 투명한 정보를 통해 중개사나 부동산 회사의 신뢰를 쌓고 일반인에게 부동산 구매를 손쉽게 해 준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부동산 중개사가 허위로 올리지 못하게 한다. 플랫폼 직원이 직접 현장에 가서 부동산 주인을 만나 직접 수집해서 올린다. 이러한 가격 정보의 진실성과 중복 리스팅 문제는 우리나라 온라인 부동산 리스팅 플랫폼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다.

베이커자오팡의 기업 가치는 결국 차별화된 자원, 투명하고 방대한 DB, 신뢰라는 가치 창출의 혁신성, 온라인 사업 생태계의 힘이 결합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플랫폼 탄생을 가로막는 규제가 존재한다. 부동산 거래는 공인중개사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플랫폼을 매개로 하는 거래를 불법화하고 브로커리지 회사가 금융을 겸업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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