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끝나지 않는 '수출규제 불안감'

日, 28일부터 추가품목 통제 전망 대체품 확보 힘든 中企피해커져 사태 악화땐 경제성장률 악영향 글로벌 시장서 신뢰도 하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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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면서 한일 대치국면이 장기화되고 산업계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당장 28일부터 일본 정부가 공작기계·탄소섬유 등으로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에서는 대체 경로 확보가 힘든 중소업체 위주로 피해가 확산되고, 우리 기업 생산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한일 경제 갈등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잃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5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우리나라를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시행하는 28일이 한일 경제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할 수 있는 품목이 대폭 늘어난다. 일본 정부는 수출무역관리령을 통해 전략물자 1120개를 관리한다. 이 중 263개 군수용 민감품목은 개별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나머지 비민감품목 857개는 3년짜리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민감품목까지 개별허가로 전환하면 최대 90일간 수출을 지연할 수 있다. 허가 신청서류도 기존 2종에서 9종으로 증가한다. 사실상 수출 통제나 다름없는 규제를 시행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대량살상무기(WMD) 등 전용 우려가 있는 74개 품목에 대해서는 '캐치올(catch all)' 제도로 운영한다. 일본 정부가 무기 전용 우려가 있을 때에는 캐치올 제도에 있는 품목을 통제 대상 품목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추가 수출 규제를 하려면 시행세칙에 해당하는 포괄허가취급요령에서 포괄허가 품목을 개별허가로 전환, 수출 통제 대상으로 추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지난 4일 수출을 규제한 EUV용 포토레지스트·고순도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소재 외에도 규제를 단행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실제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이후 수출 규제 강화 정책에 대해 “엄숙한 자세로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추가 수출 규제를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 추가 수출 규제 대상으로는 수치제어장치(CNC) 공작기계와 탄소섬유가 꼽힌다. 일본 정부는 캐치올 제도에서 탄소와 CNC 공작기계를 핵무기와 미사일로 전용할 우려가 있는 품목으로 규정했다. 일본 언론에서도 추가 수출 제한 품목으로 꼽은 만큼 가능성이 높다.

추가 수출 제한이 이뤄지면 당장 대체품을 찾기 쉽지 않은 만큼 일정 부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대체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규모가 큰 업체라고 하더라도 당장 일본산에 의존한 제품 생태계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계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공작기계 같이 일본 '화낙'에서 많은 물량을 사오는 업체는 이미 대체품을 마련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는 대체품을 마련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기계업계 다른 관계자는 “CNC는 특히 고객에서 특정 브랜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바꾸기 쉽지 않다”며 “일본 화낙 CNC에 맞춘 기존 제품을 3~6개월 내에 쉽게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는 일본과 갈등이 장기화 할 경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생산도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승걸 인하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기업이 다양한 방법을 써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국제 갈등이 장기화하면 생산량 확대나 생산 방식을 보수적으로 기획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반도체 업계에서 쓰이는 고성능 이미지 센서는 하마마쯔라는 일본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일본이 우리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주고자 하면 여러 품목을 들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더 악화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일본과 확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현 상황으로는 하반기 경제성장률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사태가 심각해지면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대외 환율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어 “미국과의 관계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국제 관계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하고, 일본과 관계를 추가로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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