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업계는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초기 기업까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투자를 통한 약탈적 금융 관행이 번지는 이유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회수 시장을 꼽는다.
혁신기업 등용문이었던 코스닥 시장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공모펀드 역시 기대만큼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면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진 사모펀드가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코스닥 지수는 608.98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월 900선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코스닥은 상승분을 사실상 모두 반납하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벤처투자 규모와 신규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정작 대표적 회수시장인 코스닥은 시장 규모 확대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 이후 투자 회수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코스닥 상장 이전 기업공개 직전(프리IPO) 단계에서 구주 매각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최근 회수 시장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처럼 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다소 할인된 가격이라도 시장에서 평가받기보다는 회수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세컨더리(유통)시장 회수가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당장 코스닥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기대를 접는 것은 벤처캐피털(VC)뿐만이 아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도 코스닥보다 비상장 기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헤지펀드 대부분은 상장기업보다는 비상장 주식을 함께 펀드 자산으로 편입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 역시 내부 PEF를 통해 비상장 기업 주식을 적극 편입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한국 사모펀드 시장을 분석하면서 2005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사모펀드 투자는 12년 동안 연평균 25%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평균 수익률(10%)의 2.5배가 넘는다.
실제로 서울 강남 압구정 프라이빗뱅킹(PB)지점 등에는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개인 고액 자산가의 비상장기업 투자가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
최근 결성된 사모펀드 출자금 가운데 상당 비중이 개별 지점 단위로 투입되는 것은 이미 벤처투자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L자산운용이 편입한 A사의 BW 역시 증권사 신탁을 통해 판매된 상품이다.
사모펀드가 아닌 창업투자회사가 운용하는 벤처펀드에도 특정금전신탁 출자액은 올 상반기에만 1877억원이 몰렸다. 이미 지난해 1651억원을 뛰어넘었다.
이처럼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 단위 투자금까지 벤처시장으로 몰리면서 기업 성장자금 공급과는 무관한 자산운용업계 자금까지 무차별 유입되고 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초기 창업 단계부터 유망 기업을 발굴해 성장을 지원하는 VC와 단순 투자 수익만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까지 너도나도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면서 시장에서 혼돈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운용사가 BW나 CB 형태로 투자한 기업에는 아무래도 상환 청구 등 이슈가 있다보니 투자 결정을 내리는 일 자체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결국 BW나 CB 투자가 후속 투자까지 막는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