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장 보러가야 하는데…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

대형마트가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무휴업일 변경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정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업계는 올해 추석 전 마지막 주말인 9월 8일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둘째·넷째주 일요일)에 해당돼 명절 장보기에 나선 고객의 불편이 예상된다며 휴무일 조정을 원하고 있다. 마트 근무자의 명절 휴무도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지자체마다 입장은 뚜렷하게 갈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마트 3사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달 17일 전국 189개 시·군·자치구에 연휴 직전 휴무일을 추석 당일인 9월 13일로 대체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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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올해 추석 연휴는 목요일부터 시작돼 직전 주말에 대다수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휴무일이 평일인 지자체 역시 명절 직전에 수요가 몰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현재 인천 미추홀구와 의정부·화성·창원시 등이 자체 협의를 통해 의무 휴업일을 8일에서 추석 당일인 13일로 한시 변경했다. 휴무가 수요일(11일)인 고양·하남시 등도 이를 반영해 의무 휴업일을 13일로 대체 지정했다.

이는 마트 의무휴업일을 이해 당사자와의 합의를 거쳐 휴일이 아닌 날을 별도로 지정할 수 있다는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 2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 408개 대형마트 가운데 98개 점포(이마트 41개점, 홈플러스 29개점, 롯데마트 28개점)가 추석 당일 문을 닫는 대신 연휴 전에는 정상 영업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아직 협의하고 있는 곳도 있어 해당 점포가 더 늘 순 있지만 여전히 300여개에 이르는 매장이 추석을 목전에 두고 의무휴업에 들어감에 따라 소비자 불편이 우려된다. 현재 서울·부산의 대다수 자치구와 인천 남동구, 울산 북구, 경기 시흥시, 전북 전주·군산·익산·정읍시, 전남 목포시 등이 의무휴업일 변경 불가를 통보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휴무일을 변경하려면 지역 이해당사자와 의견을 조율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반대가 있으면 휴무일을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서라도 한시성 휴무일 변경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형마트 납품 중소협력사의 실적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선물·제수용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선택 폭 확대 차원에서도 탄력 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마트 의무휴업 혜택이 소상공인에게 돌아간다고 보기도 어렵다. 송대호 산자위 수석전문위원은 지난달 유통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의무휴업이 도입된 이후 반경 3㎞ 이내 매출 5억원 이하 슈퍼의 매출 비중은 감소한 반면에 대형슈퍼는 오히려 7%포인트(P) 늘어났다”면서 “이는 대형마트와 생계형 사이에 있는 식자재마트 등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근로자 휴식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휴무일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 마트 근로자도 명절 당일에 쉬기를 원하고 있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기과기대와 서울 시내 대형마트 근로자 57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77%가 명절 당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를 반영해 명절이 포함된 달에는 의무휴업일 이틀 가운데 하루를 명절 당일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수개월째 국회 소관 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추석 장 보러가야 하는데…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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