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수많은 독립 네트워크가 '상호 접속'하는 자율 생태계다. 상호 접속은 통상 물리 형태인 '직접 접속'(peering) 또는 다른 네트워크에 비용을 지불하는 '중계 접속'(transit) 방식으로 이뤄진다.
각 네트워크는 중계 접속 의존 관계 정도에 따라 계층 구조가 존재한다. 예컨대 한국에서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는 1계위 네트워크에 속한다. 2000년대 초반에 통신사가 민영화되면서 독점 폐해를 방지하고 공정 경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상호 접속 제도화와 규제가 도입됐다. 2015년에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인터넷망 상호접속 제도를 '상호접속기준 고시' 개정안을 통해 수정하고 이를 이듬해인 2016년에 시행했다.
변경된 상호접속고시가 시행되면서 사업자 간 정산 방식은 계위 및 접속 유형에 따라 규정됐다. 동일 계위인 통신사업자 간 직접 접속 정산 방식이 무정산에서 상호 정산 방식으로 변경됐다. 정산 기준은 접속용량(capacity)에서 트래픽 양(usage), 즉 종량제가 시행됐다.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변경 문제가 이 상호접속고시 개정안 시행에서 출발했다. 해외에 있는 페이스북 서버 데이터는 KT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KT에서 데이터를 가져다 자사 고객에게 제공한다. 변경된 고시대로 하면 데이터를 보내는 KT가 데이터 전송비를 내야 한다.
2016년 말 페이스북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직접 홍콩 서버에서 데이터를 받도록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 접속 경로 변경 때문에 SK브로드밴드 고객은 4.5배, LG유플러스 고객은 2.4배 각각 느려졌다. 방통위는 이용자 이익 침해를 문제 삼아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2017년 5월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