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입찰담합 면죄부는 없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주요 입찰 담합 사건의 상당수가 통신과 소프트웨어(SW)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이었다. 담합은 주로 건설 업종에서 두드러졌지만 ICT 산업 전반으로 확대됐다. 공정위가 특정 업계를 겨냥해 조사하지도 않았지만 ICT 기업은 계속 적발됐다. ICT업계에 담합이 공공연히 만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올해 주요 입찰 담합 적발 사건 6건 가운데 4건이 ICT 업종이다. 2월 'ERP 시스템 구축용역'을 시작으로 4월 '온맵 서비스 고도화'와 '공공분야 전용회선사업', 8월 '국립병원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운영 사업'에서 입찰 담합이 적발됐다. SW업계가 관련된 사업이 대부분이다. 국내 SW업계는 공공 발주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친다.

텃밭인 공공 발주 사업에서 입찰 담합이 공공연히 이뤄진다. 왜 SW업계가 입찰 담합을 하게 된 것일까. SW업계는 턱없이 낮은 예산을 이유로 든다. 공공사업 발주부터 낮은 예산이 책정돼 정당한 대가를 받으려면 담합을 해야 최저가 입찰을 막을 수 있다. 특정 기업이 가격을 낮춰 입찰에 들어가면 매년 예산은 줄어들고 출혈 경쟁이 반복되는 탓이다.

발주처가 담합을 직간접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발주처가 사업 기간 지연을 우려해 단독 응찰을 피하도록 담합을 조장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입찰 구조상 담합을 조장하는 사례도 많다. 공정위도 입찰 담합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견한 발주처의 제도 문제를 파악했다. 관계 부처와 개선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이런 형태의 입찰 담합 방지를 위해 공공 발주와 입찰 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ICT업계의 입찰 담합에는 면죄부가 있을 수 없다. 입찰 담합은 기업 경쟁을 통한 제품 품질과 서비스 향상을 막는다. 입찰 담합에 함께하지 못한 기업에는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처럼 공정하지 못한 입찰이 계속되면 객관화된 경쟁력을 가늠하지 못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적절한 대가를 받으면서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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