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항마로 내세우려는 '민부론(民富論)'이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용어가 모호하고 국민에 다가서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명칭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당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는 7일 20명 넘는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최종 조정회의를 열었다. 5개 분과가 작업한 내용을 공유하고, 전문가 의견을 조율했다.
민부론은 개인을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2030년 1인당 소득 5만달러를 목표로 제시했다. 또 대한민국이 G10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당의 경제 정책을 상징하는 제목이 과연 '민부론'으로 가는 것이 맞냐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관계자는 “회의에서 '민부론'이라는 말이 2030세대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할 수 있다는 논의가 있어서 교체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선거연령을 19세로 낮춘다고 하는데, 학교에서 국부론을 안 가르치는데 민부론을 언급하면 전혀 와 닿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도 경제학과가 아니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잘 모를 수 있고, 민부론이란 말은 강의하는 느낌이 들고 한자어기 때문에 조금 더 고민해보자는 논의가 오갔다”고 덧붙였다.
민부론이 현 정권 '소득주도성장'에 맞서기에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을 이길 키워드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중간보고서 형태로 경제 대안을 개인을 부강하게 만든다는 '민부론'을 내놨다. 애덤 스미스의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자는 '국부론'에서 따온 말이다.
김종석 위원회 간사는 “관치경제, 계획경제 기조를 대전환하지 않으면 위기로 갈 것”이라며 “헌법 정신에 충실한 민간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시장경제로의 복귀를 충실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중간보고서는 △국가주의→시장주의 △사회주의→자유민주주의 △친노조·반기업→자유로운 노동 △작은 정부와 큰 시장 같은 슬로건을 제시했다. 민부론은 비전, 활기찬 시장 경제, 경쟁력 강화, 지속가능한 복지, 자유로운 노동시장 등 5개 분과가 제시한 경제정책 전환을 담았다. 각 분과가 총 100대 과제를 내놓을 예정이다.
노동 정책은 현 정부 정책아래 90%의 서민층이 소외받고 있다는 인식 아래 대대적인 노동정책 전환을 제시했다.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기업은 '氣UP'으로 표현했다. 기업의 기를 살려주고, 기업하고 싶은 의욕을 북돋워줘야 한다는 뜻이다. 감세와 규제완화가 골자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 금지, 국제적 기준에 맞는 상속세·법인세율 조정, 피상속인의 경영참여요건 대폭 완화 등이 담겼다.
한국당은 지난 5월에는 현 정권의 경제 정책을 비판한 '징비록'을 발간했다. 징비록이 정책 비판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대안과 방향 제시를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징비록도 발간되기 보름 전까지 제목이 '경제실정백서'였는데 막판에 바뀌었다”며 “민부론 역시 조금 더 국민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명칭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고, 다음 회의에서 고민해서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광림 2020 경제대전환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5개 분과마다 각 100~200페이지 넘는 보고서가 있는데, 여기서 중복되는 것을 걸러내고 중요한 것만 담을 예정”이라며 “20일까지 집필을 마치고 9월 2일에 최종적으로 책자를 낸다”고 밝혔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