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분야 수요자원(DR)시장이 개설된 지 4년 만에 참여 고객 기준 4배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00%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1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1월 문을 연 DR시장이 원자력 발전기 4기에 해당하는 4.4GW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시장 참여자도 설립초기 11개 수요관리사업자, 861개 전기사용자에서 4년여 만에 25개 수요관리사업자, 3800여개 전기사용자가 늘어나며 4배 가까이 성장했다.
DR시장은 공장, 빌딩, 아파트 등지에서 전기사용자들이 절약한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전력거래소에서 운영한다. DR시장은 수요관리사업자가 모집한 전기사용자로 구성된 수요자원이 참여할 수 있다. 매년 동·하계 피크기간 전인 11월, 6월에 DR 참여가 가능하다.
DR에 참여한 전기사용자는 전력거래소의 수요감축요청에 따라 연간 약정된 시간 동안 감축할 의무를 지닌다. 시장은 운영 목적에 따라 신뢰성DR와 경제성DR로 구분된다. 신뢰성DR는 수급위기 또는 전력피크 시기에 전력거래소의 수요감축 요청에 따라 전체 전력수요를 낮춰 전력계통의 신뢰도를 확보할 목적으로 운영된다. 경제성DR는 전력시장 경매에 참여해 발전기와 가격경쟁을 통해 발전기보다 경제적일 경우 낙찰돼 도매전력시장가격(SMP)을 낮춰 값싸게 전기를 소비자에 공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 DR 운영으로 발전기 건설을 대체해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발전기에 지급할 용량정산금 1412억원가량을 절감했다. 전력시장에서 발전기와 가격경쟁을 통해 SMP를 평균 ㎾h당 0.39원을 낮춰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한 셈이다.
시장 규모도 4년 만에 약 2000억원으로 커졌다. 올해도 하계전력피크에 앞서 준비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감축시험에 108% 이행률을 보였다.
DR시장을 키운 수요관리사업자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KT와 그리드위즈다. KT는 지난 2015년 스마트에너지사업단을 신설하면서 에너지사업 원년을 선언했다.
이후 경기도 과천에 에너지통합관제센터 'KT-MEG센터'를 개관하면서 다양한 에너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 고객은 제철, 화학, 제지 분야 대형사업장뿐 아니라, 중소공장, 빌딩, 마트, 지자체, 공공기관, 학교 등 1000여 곳에 이른다.
KT는 인공지능(AI) 분석엔진을 활용해 DR사업의 핵심 플랫폼인 KT-MEG도 운영한다. 고객이 에너지를 소비하거나 생산할 때 고유 패턴이 존재함을 활용해 에너지 패턴을 개별 DNA처럼 분석한다. KT는 DR시장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효율설비,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과 DR를 연계한 사업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스타트업 그리드위즈는 2013년도 자본금 2억원으로 설립해 지난해 매출 400억원을 달성했다. 세계 17개국에 그리드위즈 솔루션을 수출 중이다. 그리드위즈는 현재 철강, 화학, 전자업종 등 전국 400여개 기업과 함께 DR시장에 참여 중이다. 또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 충전, 태양광 발전, 소규모 전력중개시장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그리드위즈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안도 했다.
그리드위즈 관계자는 “현행 DR 제도 참여 조건에 맞지 않아 참여하지 못하는 고객이 많다”며 “다양한 업종과 전력사용 패턴을 가진 고객이 DR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DR 상품이 개발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