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관계부처에 전문연구요원 축소 계획 밝혀...중소기업 우수인력 '채용절벽' 우려

관계부처 실무협의서 입장고수...산업체 유입 활발한 석사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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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부처 실무 협의에서 이공계 전문연구요원(병역특례제도) 정원을 대폭 감축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제시안 가운데 석사 정원을 상대적으로 크게 감축하는 내용도 포함돼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중소기업이 우수 연구인력 '채용절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토로했다. 미래 인재의 탈이공계와 해외 유출 우려도 제기됐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실장급 주재로 관련 부처와 병역특례제도 관계자 실무 협의를 했다.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병역 대상자가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에서 과학기술 연구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박사급 1000명, 석사급 1500명을 합쳐 매년 2500명을 선발한다.

국방부는 이날 이공계 전문연구요원 운영과 관련해 단계적 감축 방안을 전달했다. 석·박사 정원을 현재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거나, 박사 정원을 유지하되 석사 정원을 3분의 2가량 감축하는 방안 등 복수의 안이 담겼다.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는 반대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현 정원을 유지하면서 제도를 개선해 전문연구요원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례가 특혜가 되지 않도록 전문연구요원을 관리하고 수요기업 역량 평가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국방, 혁신성장 관련 연구개발(R&D) 분야에 인력을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안으로 나왔다. 다만, 연구 분야를 협소하게 특정할 경우 기초과학연구가 배제될 수 있는 점은 경계했다.

국방부와 관계 부처는 실무협의에서 뚜렷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조만간 고위급 협의에서 합의안을 도출, 청와대에 보고할 계획이지만 간극이 워낙 커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계·연구계·산업계는 국방부 계획이 현실화되면 우수 인재 유치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반대했다.

중소기업은 우수 인재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체 유입이 활발한 석사 정원을 상대적으로 크게 감축하면 중소기업 연구 인력난이 가중될 수 있다.

현재 중소기업이 채용한 20대 석·박사 연구인력의 77%가 전문연구요원이다. 병역특례가 아니면 우수 인재를 잠시라도 채용할 수 있는 명맥이 막힐 가능성이 높다. 산업계 관계자는 “국방부 계획이 실현되면 기업체로 많이 유입되는 석사급 정원이 대폭 줄 여지가 높다”면서 “현재 대다수 중소기업이 3년이라도 우수 연구인력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차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계는 우수 인력 해외 유출이 가장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례가 없으면 우수 인재가 국내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을 동인이 줄어든다. 학계는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마친 후 해외로 유학·취업하는 사례가 줄을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공계 혜택이 사라지면 전공자의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의학전문대학원으로의 이탈 역시 가속화될 것으로 점쳤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이공계 위기 속에 그나마 대체복무 제도라도 없으면 뛰어난 학생은 다 해외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병역특례를 유지하는 대신 국방 연구 분야 복무 의무 등이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의무를 과하게 부여하면 우수한 인재는 빨리 군복무를 마치고 해외로 나가려고 하고, 군대를 피하기 위한 학생만 한국에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역 자원 감소, 현역병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하면 병역특례 정원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관련 부처와 최대한 뜻을 모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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