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엄(Idiom). 관용어나 성구(成句)란 의미다. '자기'란 의미의 이디오스(idios)와 명사접미사 'ma' 합성어다. 어떤 표현이나 단어가 원래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을 지칭한다.
그 중 하나가 '클릭 앤드 모르타르(Click and Mortar)'다. '브릭 앤드 모르타르(Brick and Mortar)'에서 인터넷을 뜻하는 클릭으로 한 단어를 바꿔치기 했다. 후자는 원래는 벽돌과 회반죽이란 의미지만 굴뚝산업을 뜻하는 것으로 쓰였다. 반면에 전자는 요즘은 'O2O'라 불리는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양수겸장 비즈니스를 말한다.
온라인을 빼고 비즈니스를 생각할 수 있을까. 정도 차이는 있지만 클릭 앤드 모르타르가 아닌 비즈니스란 이제 드물다. 이제 클릭과 모르타르의 경계조차 분명치 않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에 양수겸장이란 먼 얘기다. 유행을 쫒아 온라인 매장을 열었다고 해서 클릭 앤드 모르타르 비즈니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 없이 따라 하기엔 무모해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제프리 후앙 하버드대 교수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대개 비즈니스란 일곱 단계로 구성된다고 한다. 첫째는 고객유인, 다음이 고객 수요 파악, 그 다음은 상품 제안이다. 그 다음 세 단계도 한 묶음이다. 주문을 받고, 대금을 수령하고, 물건을 전달한다. 마지막은 이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련 과정이다.
후앙 교수는 만약 클릭 앤드 모르타르를 생각한다면 이것들을 종이에 써보라고 한다. 그 오른편에 'C(클릭)'와 'M(모르타르)'라고 이름 붙인 두 칸을 만들자. 여기에 내게 지금 하는 것과 앞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나씩 체크 해보자.
만일 패션 잡화점이라면 오프라인 매장을 열 수도 있고, 인터넷 매장을 운영할 수도 있다. 물론 두 가지를 모두 운영해도 무방하다. 고객 수요나 제품 제안도 마찬가지다. 둘 다 혹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해도 무방하다.
여기 사례가 있다. 앤디 던은 2007년 보노보스를 창업한다. 붐비는 오프라인 청바지 매장은 이젠 그만이라고 봤다. 하지만 생각 못한 문제가 있었다. 입어보지도 못한 옷을 주문한다는 것 역시 고객에겐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던은 2011년 가이드숍이란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 입어 볼 수는 있지만 바로 가져갈 수는 없다. 대신 그 자리에서 온라인 주문을 할 수 있다. 던은 모든 것을 양 쪽에서 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1995년 저가항공사 이지제트의 첫 항공기는 옆면을 '0870-6-000000'이란 전화번호로 장식했다. 인터넷이 대세가 되자 이것은 '이지젯닷컴'으로 바꼈다. 1997년 반스 앤드 노블가 반스앤드노블닷컴을 열 무렵 485개 기존 오프라인 매장은 성업 중이었다.
이제 생각해 보자. 고객이 불편해 하는 것은 없는지, 혹시 내가 안하던 다른 방식으로 전달 가능한 것은 아닌지. 앤디 던이 스탠퍼드경영대학원에서 들었던 가장 큰 조언은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게 있다면 비즈니스와 연결하라'였다고 한다.
후앙 교수의 조언도 마찬가지다. 당신만의 클릭 앤드 모르타르를 그려보라는 제안이다. 공교롭게 그가 말하는 컨버넌스에는 '조화'란 의미가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