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반도체 수요 부진 여파로 2분기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시장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딘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 국제 정세가 악화되면서 향후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생산 물량을 조절과 함께 차세대 메모리 양산을 준비하면서 반도체 시장 성수기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63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감소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은 6조4522억원으로 전년동기(10조3705억원)보다 38% 줄었다.
지난해 2분기 SK하이닉스는 54%라는 놀라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44%포인트(P) 내린 10%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실적 부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던 메모리 시장 수요 악화와 회사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대외 정세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아마존, 구글 등 데이터센터에 대폭 투자했던 IT 기업들이 D램, 낸드플래시 재고를 쌓아두면서 SK하이닉스 영업망에도 차질이 생겼다. 또 미·중 무역분쟁으로 최대 고객사가 몰린 미국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투자를 꺼리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하반기에는 이달부터 국내 반도체 시장을 강타한 일본 수출규제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등 주요 경영진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 현지 협력사들을 직접 만난 바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가 강화된 일부 품목의 재고를 늘리면서 공급사를 다변화하고 공정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면서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시황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지 않은 점을 고려해 감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측은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15% 이상 줄이고 D램은 생산 능력(캐파)를 4분기부터 줄인다”고 전했다.
생산 공정에도 변화를 준다. SK하이닉스 측은 “CMOS 이미지 센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천 M10 공장 D램 캐파 일부를 CIS 양산용으로 전환한다”면서 “내년까지 D램 캐파는 지속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장비 반입 시기를 늦추는 등 내년 투자금액도 올해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이 악화일로인 와중에도 몇 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면서 PC용 메모리, 그래픽 D램 제품 주문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또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기에 접어들면서 모바일용 D램 주문량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게 SK하이닉스 측 분석이다.
일본 도시바 메모리공장 정전 사태도 낸드플래시 재고 소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고용량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앞으로 하이엔드 제품 생산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10나노급 D램 제품 생산량을 기존 40%에서 연말 80%까지 늘리고 96단 낸드플래시 제품 생산은 올 4분기부터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한 128단 1테라비트 TLC(트리플 레벨 셀) 4D 낸드플래시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96단 낸드플래시에서 128단 단 제품 공정 전환은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회사는 원가 절감과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 공정에서도 2분기 의미 있는 원가 절감을 이뤄내면서 재고평가손실을 줄였다”며 “이번 비수기를 긴 호흡으로 대응해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