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과 습한 날씨로 자동차 이용이 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여름철에는 장마나 태풍 등 자연재해가 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는데, 소위 '7말 8초'라 불리는 여름 휴가철에서는 이런 추세가 더욱 확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재난 수준 폭염이 우려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DB·현대·KB 등 4개 대형 손보사의 6월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45%다. 이는 전월(90.05%) 대비 5.6%포인트(P) 줄어든 수준이다.
대법원이 올해 초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표준약관 개정이 반영되면서 손보사들이 원가 상승에 따라 보험료 인상을 실시한 영향이다. 실제 6월 KB손보를 시작으로 주요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1.6% 인상했다. 올해 초 3% 인상에 이른 두 번째 추가 인상이다.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지난 5월 대부분 90%에 육박하거나 상회하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6월에는 80%대로 낮아졌다. 삼성화재의 경우 88.5%에서 80.6%, DB손보는 91.7%에서 86.5%, 현대해상은 90.5%에서 86.5%, KB손보는 89.5%에서 84.2%로 각각 낮아졌다.
다만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여전히 높았다. 실제 이들 4개 대형 손보사의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25%로 상당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업계가 보는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이 78% 안팎이라는 점에서 8.0%P 더 손실을 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더위가 절정에 이를 7∼8월께 손해율은 더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온도가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는 1.2%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외산차 비중이 늘면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더 많은 1인당 사고처리액이 나와 손해율 악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국내 외산차 비중은 지난해 16.73%로 전년(15.23%) 대비 1.5%P 늘어났다.
따라서 손보사들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보험료의 경우 이미 주요 손보사들이 올해 두 차례 인상에 나섰고,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될 만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 금융당국도 추가 인상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두 번째 인상은 표준약관 개정에 따라서 원가 상승을 반영한 조치인 만큼 추가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두 차례 자동차보험을 인상했지만, 여전히 손해율이 커 추가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두 번째 인상의 경우 표준약관상 원가 상승 부분만 고려한 것으로 실제 인상 효과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상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해 올해 3번째 보험료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