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드웨어(HW) 시장은 그야말로 격변기를 맞았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물결은 HW 시장에 그대로 전이됐다.
10여 년 전 서버·스토리지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국내 서버·스토리지 시장은 여전히 연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국내 서버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15.7%, 스토리지는 3.7%가량 성장했다.
시장을 뜯어보면 단순히 HW 기기는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내실 성장도 했다. 시장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서버와 스토리지는 성능이 얼마나 더 빠른지, 데이터를 얼마나 더 많이 담아낼 수 있는 지로 경쟁했다. 그러나 이제는 속도와 용량이 표준화됐다. 이제는 얼마나 더 안전하게 연결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해서 최적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연결, 유연성 등은 HW에 썩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물리 형태의 기계를 때에 따라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소프트웨어(SW) 문제다.
글로벌 HW 기업은 앞 다퉈 SW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델 테크놀로지스가 VM웨어, 버투스트림 등을 인수한 것은 가상화·클라우드에서 미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넷앱, 히타치 벤타라가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HCI)에 투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계를 주름잡던 HW 기업은 몇 년 전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 투자, 인수전 등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국산 HW 시장을 생각해 보자. 국내 HW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1~2%대인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 가운데 HCI 투자, SW 기업 인수전 등 국내 시장을 뒤흔들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HCI 시장이 1년 사이 100% 넘는 시장 성장세를 보여 주는 사이 국내 기업은 여전히 가격과 싸우고, 시장 보호를 외친다.
일본의 무역 도발로 핵심 소재, 제품에 대한 국산화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와 함께 기초 인프라에 대한 국산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먼저 업계가 새로운 변화에 대비할 준비가 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업계 스스로 변화에 발맞춘 혁신을 해야 시장 보호와 국산화 의미가 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