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 절반 이상이 '원전'을 지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원전 경제성·전력 공급안정성 등을 두루 감안한 결과로, 프랑스 정부의 '단계적 원전 감축'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프랑스 원전기업 오라노(ORANO)가 시장조사업체 BVA에 의뢰해 18세 이상 성인 3008명을 대상으로 '원자력 국민 인식 조사(중복응답)'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는 원자력이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비중도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프랑스 국민들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에너지믹스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제로(0)로 만들고,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믹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6%였다.
설문 대상자 47%는 원자력 발전이 국가 경제를 부흥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지목했다. 프랑스 국민 22만명 이상이 원자력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 응답자 39%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원자력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독립'을 지지 이유로 꼽은 응답자도 40%를 상회했다.
반면 '국가 에너지 산업 발전에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설문 대상자 39%는 '그렇다'고 답했다. 원자력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방사성폐기물 발생'을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원전 사고' 등 안전성 문제를 지적한 응답자가 뒤를 이었다.
원자력이 세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는 발전원이라는데 공감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70%를 육박했다. 원전을 지지하지 않는 일부 응답자도 '탄소제로 발전원'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장기에너지계획(PPE)을 통해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 비중을 기존 75%에서 2035년까지 50%로 감축하고, EDF가 가동 중인 58기 원자로 중 14기를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단계적으로 원전 의존도를 축소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되, 목표 달성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10년 연기한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는 “에너지 믹스는 국가 에너지 정책 핵심이기 때문에 국민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면서 “프랑스 국민 다수가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 에너지 정책 전환을 꾀하는데 중요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