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 샌드박스,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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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승인 건수가 시행 6개월 만에 올해 목표의 80%를 달성했다. 16일 정부는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 제도 추진 현황을 공개했다. 성과 자료에 따르면 총 81건 과제를 승인, 올해 목표인 100건의 80%를 넘어섰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기하고 있는 과제만 심의를 통과해도 연내에 목표한 100건을 넘는 것은 무난하다”고 전했다.

건수뿐만 아니라 심사 기간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짧아졌다. 과제 접수부터 심사까지 평균 44일이 걸려 영국, 일본 등 외국의 평균 180일보다 약 140일이나 더 빠른 심사가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 1월 17일 기업이 규제 존재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규제 신속 확인', 규제 적용 없이 제품·서비스 시험을 허용하는 '실증특례', 일시적으로 시장 출시를 허용하는 '임시허가' 등 3종 제도 도입을 골자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실시했다.

규제 샌드박스가 연착륙해서 다행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규제 혁파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세웠지만 여전히 기업은 강한 규제로 몸살을 앓았다. 시행 초기지만 큰 성과를 올리면서 규제 개혁을 위한 새로운 실증 모델을 찾았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산업의 기득권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하는 신산업 확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규제가 가장 심한 분야로 알려진 금융 분야에서 승인 건수가 많았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정부는 6개월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고삐를 더욱더 죄야 한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 가장 어려워하는 걸림돌이 법과 제도다. 대부분 기존 산업의 틀과 규범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규제 허들을 넘지 않고서는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시장에 내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는 100건이라는 숫자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규제를 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나아가 개별 규제를 일일이 심사해 승인하는 심사 방식에서 벗어나 분야별로 일괄 승인하거나 심사 이전 단계부터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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