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최저임금 공약 못지켜 송구"…정책실장에 보완대책 지시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최저임금과 관련,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에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논의해 보완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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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한 지난 12일 오전 청와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할 수 없게 됐다. 경제환경, 고용상황, 시장 수용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위가 고심에 찬 결정 내렸다”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김상조 정책실장이 1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제13차 전원회의를 통해 올해보다 240원(2.9%) 오른 8590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이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하면 8%포인트 낮은 수치다.

김 실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대통령 비서로서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점, 거듭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국민들께 간곡하게 양해를 구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경제는 순환”이라며 “누군가의 소득은 또 다른 누군가의 비용이고, 소득과 비용이 균형을 이룰 때 국민경제 전체가 선순환하지만 어느 일방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때에는 악순환의 함정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의 인상기조는 표준적 고용계약 틀 안에 있는 분들께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게 분명하다”며 “반면 표준적 고용계약 틀 밖에 계신 분들, 영세자영업자와 소기업에게 큰 부담이 됐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정책 자체가 '을과 을의 전쟁'으로 사회갈등 요인이 되고, 정쟁의 빌미가 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가슴 아픈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김 실장은 “이번 결정이 노정관계 신뢰를 다지는 장기적 노력에 장애가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그 혜택이 최근 어려운 대외경제환경 속에서 우리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에게 돌아가는 데 노와 사, 정부가 의지와 지혜를 모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계기로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보다 세밀하게 보완하는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실장은 “이번 결정을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나 포기로 오해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런 오해는 소득주도성장이 곧 최저임금 인상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정부는 국민 공감대와 명령을 겸허히 받아들여, 소득주도성장의 정책패키지를 세밀하게 다듬고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여 갈 것”이라며 “나아가 소득주도성장이 혁신성장 및 공정경제와 선순환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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