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법이 전면 개정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파법 전면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개정 전파법이 시행될 전망이다.
19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 전파법 개정인 만큼 변경 내용이 방대하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부터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중앙전파관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관계기관, 법조계·학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와 개정안을 논의해 왔다.
개정 전파법은 수평적 규제체계와 효율적 주파수 공급체계 마련이 핵심이다. 주파수 면허제를 비롯해 메가톤급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통신사 관심도 비상하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초안 완성과 토론회를 거쳐 이르면 내달부터 입법 절차에 착수한다. 전파법 전면개정 주요 내용을 미리 살펴본다.
◇주파수 면허제로 이용체계 단일화
과기정통부가 전파법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그러나 올해 초 발표한 전파진흥기본계획 '제도' 분야에서 전파법 개정 주요 사항과 개편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주파수 면허제' 도입이다. 할당·지정·사용승인으로 3분된 주파수 이용 체계를 면허제로 단일화, 단순화하는 게 목적이다.
현재 이동통신 주파수는 경매를 통해 대가를 지불하는 대가할당, 무선호출과 주파수공용통신(TRS) 등은 심사할당으로 공급한다. 방송과 자가통신, 산업용은 정부가 주파수를 지정하며 국방, 외교, 안보 분야는 사용승인 방식을 사용한다.
방식마다 공급 절차가 달라 복잡하고 분야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용 주체별로 동일한 취득·갱신 원칙을 적용하는 주파수 면허제가 대두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현재 주파수 공급 체계는 용도별로 할당, 지정 등 적용이 복잡하다”면서 “이를 이해하기 쉽게 하나로 통일하는 게 주파수 면허제 도입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주파수 면허는 사업용(통신·방송 등), 일반용(업무용), 관용 등으로 구분될 전망이다. 모든 주파수 면허에 유효기간을 설정하고 사업용 면허는 현재와 같이 경매를 적용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해외에서는 호주가 2017년 기존 기기면허(지정)와 스펙트럼 면허(할당)를 단일 면허로 통합, 절차 간소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무선국 개설·검사 규제 개선
주파수 면허제 도입에 따라 무선국 개설 규제도 개선된다. 주파수 면허 취득자는 별도 허가(신고) 없이 무선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무선국 허가 심사와 신고 절차를 면허 심사 절차에 통합한다.
사업용 면허 무선국은 사전규제인 현행 준공검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효과적인 혼·간섭 관리를 위한 사후관리 방안을 도입한다. 전파 사전 컨설팅, 사업자 간 의견조정 확인제도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무선국 허가·신고는 국립전파연구원이, 준공검사는 KCA가 담당하고 있다. 전파법 개정에 따라 무선국 개설·검사 규제가 개선되면 각 기관 역할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전파 전문가는 “무선국 개설이나 검사 제도 간소화는 바람직하지만 안정적인 전파 활용을 위한 대체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기존 기관 역할 역시 효과적 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파이용대가도 통합한다. 현재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를 통합 부과하는 새로운 전파이용대가 부과 체계를 마련한다. 주파수 경매 대금은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전파사용료는 일반회계로 편입되기 때문에 국가 재정 측면에서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주파수 관리 효율성 높아진다
새로운 전파법은 주파수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도 다수 도입한다. 임시·지역면허가 대표적이다. 주파수를 단기간 또는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 다양한 주파수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 신규 서비스 도입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제도인 양도·임대제도는 요건을 완화한다. 단기 임대는 거래 가능 시점을 현행 3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승인 절차는 신고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파수 용도 변경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주파수 이용효율 평가는 강화한다. 이용효율이 낮은 주파수는 회수·재배치, 공동활용하는 게 골자다.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전파법에 담길지 관심사다.
전자파 우려에 대한 갈등 예방 조정을 위해 전자파 안전 전담기구를 설치한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전자파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을 제3의 중립기관이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전파진흥기본계획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주파수 면허 반납제'도 논의 중이다. 불가피한 사유로 이용이 어려워진 주파수를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경쟁사 견제 목적으로 불필요한 주파수를 구매, 반납하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그러나 반납 심사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주파수 활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파정책심의위원회가 출범할지도 관심사다. 기존 주파수심의위원회가 부처간 영향을 미치는 주파수 분배·회수·재배치를 다룬다면, 전파정책심의위는 전파 산업 전반에서 중요 정책을 심의한다. 전파정책심의위는 전파법 제59조의2(2009년 3월 삭제)에 따라 2009년까지 유지됐다.
◇입법예고 시작으로 입법절차 착수
전파법은 매년 개정된다. 그러나 올해 추진하는 전파법 개정이 '전면개정'으로 불리는 것은 그만큼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초연결·융합 패러다임을 지원하고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개정안이 마련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파 전문 교수는 “전파법 전면개정은 수평적인 규제 체계로 전파 이용제도를 개편하고 효율적인 주파수 수급체계를 마련하는 게 목적”이라면서 “융합, 혁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합하는 제도가 구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입법예고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법예고 기간은 40일이다. 이후 과기정통부 내부와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까지 최소 3개월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워낙 내용이 방대한 만큼 일정이 촉박하지만 올해 국회 제출은 가능할 것”이라면서 “연내 국회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내년 임시국회나 다음 국회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약 6개월 후 시행된다. 과기정통부는 이 기간 법 시행에 필요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고시 등을 제정한다. 통신사 최대 관심사인 경매 대가, 재할당 대가 산정 방안 등은 이 기간 논의될 전망이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