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전방위 확산하나…日, 한국 조선산업으로 전선 확대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의 조선 산업 지원 정책을 보조금 위반으로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절차를 통해 강경 대응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3개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직전에 이를 명문화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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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의 2019년판 불공정무역보고서 부문.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말 발간한 '2019년판 불공정무역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자국 조선 산업 지원 조치를 'WTO 분쟁 해결 절차 개시' 부문에 신규 게재했다.

보고서는 불공정 사례로 △한국산업은행 등 공공 금융기관의 대우조선해양 금융 지원 △수주지원 목적의 선수금반환보증(RG) 발급 △민·관 선박 신건조 지원 프로그램 △친환경선박(에코십) 건조 보조금 등 4건을 꼽았다.

일본이 우리 조선 산업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성이 같은 이유로 WTO에 분쟁조정절차를 요청한 바 있다. 이후 한·일 양자협의가 진행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제산업성이 국토교통성과 함께 한국 정부의 지원 조치 철폐를 강력하게 요구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WTO 분쟁해결절차인 1심(패널심)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성이 분쟁 조정을 요청한 시점도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직후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경제 보복 전선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경제산업성은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일본 조선소 경쟁력이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저가 입찰이 가능해진 한국 조선소에 비해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겹치는 선종이 적은 데다 일본 정부의 지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6월 10일 수주 잔량 기준 한국은 컨테이너선(20.6%)과 LNG선(42.8%)이 주력인 데 비해 일본은 벌크선(45.1%), 컨테이너선(19.4%) 비중이 높다. 그나마 교집합인 컨테이너선만 봐도 한국은 2만TEU급 이상 초대형 위주인 반면에 일본은 이보다 작은 소형 중심이다.

명분도 약하다.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의 자국 발주 비중은 72.3%에 이른다. 수주한 470만CGT 가운데 자국 선사 발주량이 340만CGT에 달했다. 1270만CGT 가운데 210만CGT(16.5%)가 자국 발주인 한국보다 5배 가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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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 제공= 대우조선]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번 조치가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소재로 국한돼 온 경제 보복을 전방위로 넓힐 신호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보다 앞서 1일 대 한국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반도체 등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키로 한 바 있다.

실제 일본 내에선 추가 수출 규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 의견 수렴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시행될 경우 집적회로(IC) 등 일본의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전략 물자를 수출할 때마다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이 발행한 올해 불공정무역보고서를 보면 이미 지난해 WTO 분쟁조정절차의 일환으로 이뤄진 양자 협상 때 제기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외교 채널을 가동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법적 논리를 철저히 마련해 놓겠다”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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