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66년 만에 북미 정상이 분단의 상징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만났다. 지난해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점을 오간 지 1년 2개월여 만에 북미 정상이 같은 자리에 섰다. 북미 정상은 JSA 내 군사분계점을 사이에 두고 평화의 악수를 나눴고, 이어진 회담에서 2~3주내 비핵화 관련 실무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백악관에 공식 초청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온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역사적 '깜짝 회동'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북미 두 정상은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서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스무 걸음 정도 북측으로 잠시 넘어갔다가 김 위원장과 함께 남측으로 이동했다. 이후 남측 자유의 집에서 대기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하면서 남북미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남북미 정상이 한 곳에 만나 대화를 나눈 것 역시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처음이다.
이날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제안'이 성사되면서 정식이 아닌 약식 회담으로 이뤄졌다. 북미 정상으로서는 세 번째 대면이자 지난 2월 27일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4개월 만의 만남이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깜짝 놀랐고, 북남 사이 분단의 상징으로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는 이런 장소에서 오랜 적대 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하루 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 하는 좋은 일을 계속 만들면서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만나는 것 자체가 역사적 순간”이라며 “우리는 굉장히 좋은 관계를 만들어왔으며, 우리의 관계가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정상은 판문점에서 별도로 1시간 가량 회담을 가졌다. 회담 종료 후엔 남북미 정상이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해 김 위원장을 배웅했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하겠다”며 북미 대화 재개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따라 다음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이 희망한다면 언제든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고 했다”며 “앞으로 단계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만남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주 과감하고 독창적 접근 방식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사의를 표했다.
북미 두 정상이 실무 협상 착수에 합의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비핵화 협상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북미 대화와 맞물려 진행되지 않던 남북 간 주요 협력사업도 활력을 찾을지 주목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