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7월 중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전에 뛰어든다. 당초 기대했던 SK, 롯데, 한화, 신세계 등 대기업에서 인수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흥행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기업 실사를 마무리 짓고 내달 중 인수 후보들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한 뒤,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금호산업 역시 현재 한영회계법인을 통해 매도자 실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매각전이 시작될 전망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주식을 기존 4만주에서 6만주로 확대 △전환사채(CB) 발행 한도를 5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확대 하는 것으로 정관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으로부터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게 돼 총 5000억원의 영구채 지원이 완료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4월 4000억원, 6월 1000억원 CB를 발행해, 채권단은 CB 전환만으로 지분 25.26%를 보유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매각을 위해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실시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과감한 혁신을 통한 수익구조 개편과 시장의 신뢰 회복에 나서자며, 자산매각·비수익 노선 정리·조직개편 등 '3대 중점과제'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연내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비수익 노선 정리와 전직원 대상 무급휴직 등으로 비용절감 중이다. 또 퍼스트 클래스(1등급)를 없애는 대신 가격을 낮춘 비즈니스 스위트를 도입했고, 2017년 국내선 운임을 올린 지 2년 만에 재인상했다.
24년 만에 기내 담배 판매 재개도 선언했다. 미래 투자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차세대 항공기 A350을 연말까지 1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IB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준비를 마무리 지었지만, 흥행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기업은 국내 2위 대형항공사(FSC)를 갖는 동시에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까지 계열사로 둘 수 있다. 하지만 일괄매각(통매각)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인수 후보군에게는 자금 부담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확정된 이후 지금까지 인수 의사를 직접 밝힌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적극적인 곳은 LCC 1위 기업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다. 애경그룹은 지난 5월부터 삼성증권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단기간 제주항공을 국내 3위 항공사로 키워낸 애경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항공업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단숨에 항공업계 2위 기업으로 발돋움 하는 것과 동시에 인천, 부산, 제주 등 국내 주요 거점을 허브공항으로 하는 LCC 3사를 품에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 대기업이 물밑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3~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격히 올라 인수가격이 높아진 것을 비춰보며 비밀스레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는 SK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CJ그룹 등이 꼽힌다.
호반그룹, SM(삼라마이다스)그룹 등 호남 기업들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전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사는 호남 지역대표적인 중견기업이다.
수조원의 자산규모를 갖춰 굵직한 M&A에 주요 인수후보군으로 등장했다. 또 호남지역에서는 광주은행, 금호타이어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매각되는 것에 대해 반발이 심한 상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1조원을 훌쩍 넘는 대형 매물”이라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의 의지와 대기업 인수 후보군의 적극성이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