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고질라:킹 오브 몬스터, 잠자던 괴수를 깨우다

Photo Image

생명체에 따라 들을 수 있는 소리, 듣지 못하는 소리가 있다. 가청 주파수 대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주파수 대역으로 소통하는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는 특정 주파수 대역으로 괴수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미지의 생물 연구 조직인 모나크 소속 과학자 엠마 러셀 박사는 괴수 출현을 대비해 연구하던 중 '오르카'라는 기계로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을 발견한다.

불행은 엠마 박사와 딸 매디슨이 지구를 초토화하려는 테러 조직에 납치되면서 시작된다. 지구는 기도라 등 고대 괴수가 하나둘 깨어나면서 역대급 재난 상황에 빠진다. 다만 일부는 인간 편에 선다. 모스라, 로단 등은 고질라와 함께 기도라에 맞선다.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음파로 소통하는 건 가능한 설정일까. 인간 가청 주파수 대역은 16~2만㎐다. 바꿔 말하면 해당 대역에서 '언어'라는 수단으로 음파 기반 소통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괴수는 아니지만 음파를 활용하는 생명체도 있다. 청각 의존도가 높은 박쥐가 대표적이다. 박쥐는 인간 가청 주파수 대역을 상회하는 초음파를 활용한다. 쥐와 돌고래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동료와 의사소통하고 위치와 장애물 등을 파악하는 데 초음파를 쓴다.

영화에서 특정 음파로 괴물을 깨운다는 가정도 과학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정 주파수 대역에 속하는 음파에 무감각하기도 예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괴수가 과거 오르카로 발생시킨 음파와 같은 주파수 대역으로 소통해왔다면 반응해 잠에서 깰 수 있다는 얘기다.

인간도 어린아이는 익숙한 음파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수면 연구센터는 5~12세 아이 176명을 상대로 청각 반응 실험을 했다. 엄마 목소리를 이용한 3개 알람과 고음 화재경보기 알람을 사용했다. 일어난 아이 비중은 각각 86~91%와 51%로 나타났다. 고음보다 익숙한 소리에 반응한다는 방증이다.

잠을 재우는 실험에서도 익숙한 음파가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이 신생아 5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6시간 동안 동화책을 엄마 목소리로 들려주자 수면의 질이 높아졌다.

공포영화 효과음이 긴장감을 높이고, 백색소음이 집중도를 향상시키듯 음파는 인간 심리에도 영향을 끼친다. 진짜 괴수가 없더라도 잘못된 말 한마디가 인간 마음속에 있는 괴수를 깨울 수 있지 않을까.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