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5일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브리핑을 했다. 간단한 정책 소견 발표 후 질문을 받고 답했다. 21일 임명 후 청와대, 공정거래위원회 출입기자와 상견례 자리를 가졌지만 정책실장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한 후로는 사실상 첫 언론 브리핑이다.
김 실장은 자신을 둘러싼 우려를 의식한 듯 정책 조화와 유연성을 강조했다. 한때 '재벌 저격수'로 여겨져 온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공정경제 정책만이 아니라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이 상호 작용하면서 선순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격언을 인용해 “환경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일관성 역시 주요 덕목으로 강조하고 전체적인 정책 기조는 유지한다는 원칙도 밝혔다.
신임 정책실장의 목소리여서 주목받긴 했지만 그동안 청와대에서 나온 메시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또 하나 걱정은 김 실장의 행보다. 새로운 정책실장이 소견을 설명하는 것은 좋지만 이 같은 메시지 표출이 잦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
정책실장의 역할은 청와대 내 참모진과 함께 대통령을 보좌하며 정책을 조율하는 것이다. 임명 후 김 실장도 밝혔듯이 경제 정책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내각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뜩이나 전임 직책인 공정거래위원장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은 김 실장이다. 자칫 지난해 우리 경제 정책의 아킬레스건으로 부각된 이른바 '김앤장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의 메시지가 엇박자를 내면서 정책 수요자는 혼란스러워했다. 장 실장이 부각된 탓에 김 부총리가 반기를 든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 실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인용한 케인스나 애덤 스미스는 중요하지 않다. 청와대 경제 철학은 실제 정책 현장에서 표출돼야 한다. 그리고 정책을 발표하고 집행하는 것은 관계 부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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