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장애 '질병목록화'를 선언하면서 그에 대한 국내외 저항이 거세다. 그럼에도 의학계는 며칠 전 '게임이용장애는 질병(이다). 소모적 논쟁 그만하고 대응책 마련하자'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우선 게임이용장애 또는 게임중독(게임과몰입, 게임과의존)이 '질병인가 아닌가' 논쟁은 그만둬야 할 소모성 논쟁이 아니다. 그것이 소모성 논쟁일 뿐이라면 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DSM-5) 집필진은 '인터넷 게임 장애'를 정식 분류 체계에 포함시키지 않고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로 분류해 놓았겠는가. 그리고 국내에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로 번역 출간된 'Saving Normal'의 저자이자 DSM-IV 집필진인 미국 정신과의사 앨런 프랜시스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상황에 대해 “인터넷 과다 이용을 정신장애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관련 연구를 위한 적절한 기금을 조성하고, 게임에 갇힌 사람을 가능한 한 일상의 삶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평소 '질병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정신과의사 가운데 한 명으로 유명하다.
다음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자'고 했지만 우리는 이미 체계화한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2002년부터 '인터넷과의존대응센터를 운영했다. 상담 관련 전공과 자격을 갖춘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중독전문상담사 양성 과정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서울시는 6개 아이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위센터에서도 많은 상담사가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여러 현장에서 이미 수많은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심리학계, 교육학계, 사회학계, 사회복지학계 등 학계에서도 꾸준히 연구를 축적해 왔다. 정보화진흥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서도 정기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인터넷·게임 관련 문제는 한국이 이미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학계가 게임장애 질병목록화를 하지 않으면 아무런 대책도 연구도 불가능할 것처럼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임중독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 심각한 상태의 아이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복잡한 문제를 푸는 것은 어느 한 전문가의 몫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함께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중차대한 시대 숙제다.
미국 물질남용정신건강서비스 관리국은 중독 문제로부터 회복이란 '개인이 자신의 건강과 안녕을 증진해 가고, 자기 지시 형태의 삶을 살아가고,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는 변화 과정'으로 정의했다. 즉 숱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자발 의지에 의한 자기결정 능력과 자기관리 능력을 키워 가는 삶의 과정을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진정한 회복이라는 의미다.
전 생애를 거쳐 일어나야 할 회복을 위한 노력은 병원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가정과 지역사회에 수용돼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수 있을 때, 가정과 지역사회도 변화할 때 자라나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알코올 중독을 비롯한 대표 중독 문제를 병원이 아닌 지역 사회와 학교를 기반으로 접근한다.
질문으로 결론을 맺고자 한다. 정신의학계는 게임장애 질병목록화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 말고 도대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심리학 또는 사회복지학 접근법 외에 정신의학이나 병원을 통하지 않고서는 제공할 수 없는 그런 치료법이 도대체 무엇인지 납득시켜 줄 수 있겠는가?
조성민 마음산책 심리상담센터장/심리학박사 holon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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