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시스템반도체 설계툴 지원'을 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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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한 쓰리에이로직스 대표. <사진=쓰리에이로직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미래 자동차, 로봇,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유망 신산업은 우수한 시스템반도체 제품이 양산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은 메모리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삼성전자도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는 등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대량 생산 메모리와 달리다품종 맞춤형 제품으로 세트업체 요구를 충족시킬 설계 기술과 고급 인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업계의 투자와 함께생태계 전반에 요구되는 인프라 지원이 병행되면 성공할 공산이 커진다.

시스템반도체 개발의 최우선 준비 요건으로 팹리스 기업은 반도체설계자동화(EDA) 툴 구축을 꼽고 있다. 반도체 개발에는 수십종의 설계 툴이 필요하다. 어떤 칩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최소한 구색만 갖춰도 설계 툴 구축비용은 연간 5억원을 훌쩍 넘어간다. 설계 툴 비용 부담이 커서 아이디어가 있어도 창업을 꺼리게 되고, 영세 기업은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력 감소로 고전한다.

쓰리에이로직스는 국내 처음으로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을 상용화한 팹리스(반도체설계 전문기업) 기업이다. 2004년에 설립돼 13.56㎒ RFID(NFC) 리더칩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

설립 초기에는 NFC 시장 규모가 작아서 매출 성장 속도가 완만했지만 5~6년 전부터 휴대폰에 NFC가 탑재되면서 응용 분야가 급격히 늘어났고, 현재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당사에서 필요한 설계 툴을 모두 확보하고자 하면 연간 약 5억원의 비용 부담이 요구된다. 현재 당사 정도 규모에서도 연간 5억원이라는 비용은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다 보면 시스템반도체 제품의 마진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설계 툴 비용 부담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당사보다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더 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중소 팹리스 기업이 설계 툴 정도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장기 지원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반도체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본으로 설계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시스템반도체 산업 침체에 따른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설계툴 사용자협의회'가 발족했다. 협의회 참여 기업들은 반도체 개발에 기본이 되는 구비 요건인 설계 툴에 대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최근 성장이 정체된 시스템반도체의 팹리스 신시장 창출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설계 능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우수 인력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또 고가의 설계 툴,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비용, IP 로열티 지불 등 고비용 지원 정책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파운드리와 팹리스 상생 생태계 지원 정책 등 그동안 업계에서 요청한 사항들이 잘 반영됐다.

발표 내용에는 팹리스 기업이 반도체 개발에서 초기 진입 장벽인 고가의 '설계 툴의 공동 활용 지원'이 포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반도체 설계 툴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 팹리스 창업 활성화와 성장 기반을 지원하려는 계획은 무척 고무된다. 미국, 중국, 대만 등 우리보다 앞선 팹리스들과 견줄 정도의 수준에 오를 때까지는 추경에 이어서 지속된 정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가뭄의 단비 같은 '시스템반도체 설계 툴 지원' 계획이 발표되면서 글로벌 수준의 팹리스 기업을 육성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평한 쓰리에이로직스 대표 phlee@3alog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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