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을 달리는 나노기술은 매해 새로운 연구 성과가 쏟아진다. 그뿐만 아니라 최신 나노기술을 응용해 우리 생활을 혁신하는 신제품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더욱 가치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산업계, 소비자가 함께 만나 나노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신 나노기술과 응용제품이 총망라된 나노코리아
'나노코리아'는 국내외 최신 나노기술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산·학·연 관계자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개최되는 나노기술 심포지엄 및 전시 행사다. 미국의 테크커넥트 월드(techconnect world), 일본의 나노테크재팬(nano tech japan)과 함께 세계 3대 나노기술 행사로 알려져 있다. 2003년부터 개최돼 올해로 벌써 17주년을 맞이했다. 학계, 연구소, 산업체, 정·관계 인사 및 일반인을 포함해 20여개국 2000여명이 참여하는 매우 큰 행사로 지난해에는 27개국 1802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11개국 350개사 550여개의 나노융합 제품이 출품된 바 있다.
심포지엄은 세계 석학들이 나노기술 분야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기조 및 주제 강연과 12개의 전문기술 부문으로 진행된다. 나노전자장치, 나노재료, 에너지와 환경을 위한 나노기술, 나노의학, 하이브리드 나노구조, 나노바이오기술 등으로 구성된 전문기술 부문은 각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 산업계 인사, 정책 담당자들이 수준 높은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장이다.
비전문가를 위한 퍼블릭 세션도 운영된다. 퍼블릭 세션에서는 나노기술 전문가를 연사로 초청해 중고등학생과 일반인을 위한 특강을 진행한다. 2018년에는 '10억분의 1의 세계' '나노와 사랑에 빠지다!'를 주제로 청소년들이 전자현미경으로 본 나노세계를 체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나노 분야 연구에 대한 꿈과 호기심을 심어주었다. 그 밖에도 나노기술을 응용한 종이발전기 제작이나 실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제품에 사용된 나노기술 소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과학교사를 위한 나노기술 워크숍도 진행돼 일선 교사들이 청소년과 일반인에게 나노기술 원리와 중요성을 보다 정확하고 재미있게 알릴 수 있도록 돕는다.
나노코리아 전시회에서는 나노 소재, 나노 소자, 나노 공정, 나노 측정분석, 나노 융합 및 응용제품 등의 분야에 다양한 산업체와 연구기관이 출품한 첨단기술제품을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꾼 마이크로·나노시스템, 레이저기술, 첨단세라믹, 고기능소재, 스마트센서의 현주소를 알고 싶다면 나노코리아 전시회에 가면 된다. 폴더블폰을 만드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의료 분야에서 사용하는 나노생체소재, 진단기기, 임플란트 재료, 나노화장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혁신은 나노기술에서 나온다
최근 나노코리아는 4차 산업혁명의 발흥에 발맞추어 나노기술이 바꿔 가는 미래와 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중점적으로 탐구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몇 년간의 나노코리아 주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2016년 나노코리아에서는 '나노기술, 그 위대한 시작'이라는 슬로건 아래, 국가의 지속성장을 이끌어갈 에너지 분야를 주요 테마로 선정했다.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의 미치하루 나카무라 박사는 기조 강연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초전도체 관련 연구는 과학적 혁신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분야임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나노기술의 연구성과를 더욱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데이터과학이 필수적이라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 밖에도 나노기술을 산업제품에 응용할 때 생기는 난점을 해결하는 방법, 나노기술을 이용한 수소생산기술 등이 다루어졌다.
나노코리아 2017에서는 전년도와 같은 슬로건 아래 국가의 지속성장을 이끌어갈 나노공정 분야를 주요 테마로 선정했다. 나노공정이란 원자나 분자 정도의 작은 크기 단위에서 물질을 제어하거나 합성, 조립하며 그 성질을 측정하고 규명하기 위한 공정 전체를 말한다. 4차 산업혁명과 5세대(5G) 통신네트워크, 인공지능의 성장 등이 진행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 나노 공정은 필수적인 분야이다. 나노공정을 통한 혁신은 초저전력, 고밀도 반도체를 만드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미국 미시건대 프랑코 노리 박사는 인공 원자를 이용한 반도체 칩에 입자물리 및 양자 광학 실험을 구현하는 최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실험을 통해 인공 원자 칩을 초전도 회로로 만들 수 있다. 초전도는 일정한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면서 전류의 손실을 줄여 더 많은 전류를 전송할 수 있고, 자기적 성질을 띠는 현상이다. 이런 성질을 띠는 물질인 초전도체는 자기부상열차, 입자가속기,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등에 이용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박성욱 부회장은 차세대 컴퓨터의 밑바탕이 될 새로운 메모리 개발을 발표했다. 기술 난제를 뛰어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파워·성능 간의 상관관계다. 고객이 요구하는 기기의 성능은 높아지지만 이를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는 낮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이 과정에 필요한 미래 메모리 구현의 열쇠는 나노 소재이며, 메모리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실험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나노코리아 2018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핵심 요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나노전자 분야를 주요테마로 삼았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삼성전자 정은승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미래 반도체 개발을 발표했다. 미래 반도체는 저전력, 고성능, 초고속은 물론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팅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측 하에, 혁신적 개념을 바탕으로 한 반도체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오준호 KAIST 교수는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현재와 이를 실현하게 하는 나노기술을, 미국 IBM사의 제프리 버 연구원은 현재 IBM사에서 연구 중인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 기술을 소개하면서 인공지능을 개발을 위한 나노장치 및 재료공정을 논의했다.
올해도 나노코리아는 다양한 나노기술 성과와 전시품, 청소년과 교사들을 위한 나노 교육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준비했다. 7월 3일부터 일산 KINTEX 제1전시관에서 개최되는 나노코리아 2019는 '나노소재, 미래를 만드는 블록'이라는 주제와 함께 나노소재의 현주소를 탐방한다. 다음 글에서 그곳이 어떤 모습인지 안내하겠다.
글: 홍종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