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보험료 비싸고 받아주지도 않아…배달 오토바이 100대 중 98대 '위험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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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산출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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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산출 예시.

배달 오토바이 기사(이하 라이더)에게 종합보험 문턱은 높기만 하다. 10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보험료 탓이다. 하루 3만원가량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2017년 기준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오토바이 수는 216만6000여대다. 이 중 5%가 조금 넘는 12만3000여대만 종합보험에 가입했다. 배달용 오토바이로 범위를 좁히면 5만대도 채 안 될 것이라는 업계 추정이다.

종합보험에 들고 안 들고 차이는 크다. 자칫 부주의로 인사사고가 났을 때 종합보험이 없다면 사비를 털어 합의금을 마련해야 한다. 돈을 준비하지 못하면 민사 소송으로 넘어갈 수 있다. 변호사 비용도 라이더 몫이다. 같은 사고여도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이 같은 부담을 덜 수 있다. 보험사가 알아서 피해자와 합의를 진행,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높은 보험료가 유전무죄·무전유죄 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보험료 책정을 보험사 자율에 맡겨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정부와 배달 대행업계가 나서 종합보험 가입을 늘릴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종합보험 1000만원…책임보험과 뭐가 다르길래

국내 한 보험사 사이트를 통해 보험료를 직접 산출해봤다. 나이, 오토바이 브랜드, 배기량, 사용 목적을 차례로 입력하자 종합보험 기준 460만원이 계산됐다. 나이가 만 30세 이상이고 사고 경력이 없다 보니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됐다. 나이가 적을수록 보험료는 치솟는다. 전 연령으로 조건을 바꾸면 보험료가 1000만원에 육박한다.

사고 위험 통계를 기반으로 결정되는 산정 방식이 고액 보험료 배경이다. 보험료 조정 과정도 일반 승용화물차 대비 덜 이뤄진다. 배달 오토바이 시장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 원인이다. 배달용 오토바이는 일반 가정용에 비해 사고 위험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보험료가 최대 20배까지 차이 난다. 위험도는 보험개발원, 선임계리사와 같은 공식적 요율 검증 기관을 거쳐 계리적 절차에 따라 판단한다. 보험개발원은 시중 보험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보험료(참조순 보험료)를 제시한다.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종합보험에 들어도 빈틈은 있다. 사고 상대방에 대한 피해 복구에는 무한에 가까운 책임을 진다. 반면 라이더 본인이 입은 부상(자손)이나 오토바이 파손(자차)에 대해선 보장하지 않는다. 빗길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라이더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별도 상해보험을 드는 이유다.

이마저도 가입이 쉽지 않다. 보험사가 보험 인수를 꺼리기 때문이다. 김옥균 보맵 부대표는 “전체 보험사가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 인수에 부정적”이라며 “어떻게든 보험료를 높게 잡아 인수를 거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라이더가 직접 종합보험을 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리스료를 내고 종합보험에 들여진 오토바이를 빌려 타거나 의무 가입 대상인 책임보험에만 의지한다.

책임보험은 기본적 안전장치에 불과하다. 자손·자차를 보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고 상대방에 대해서도 최소 금액만 지급한다. 인적 사고는 최대 1억5000만원, 물적 사고는 2000만원 한도다. 피해자 병원 진단 내용을 기반으로 등급별 정해진 액수대로 집행된다. 상대방과 합의는 라이더가 감당해야 한다. 병원비로만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병원 치료 때문에 일하지 못한 만큼 합의금을 줘야 한다. 사고 후유증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받기도 한다. 합의가 틀어지면 소송전으로 넘어간다. 변호사도 직접 선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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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라이더·대행업체·리스사·음식점 '乙들의 전쟁'

라이더 간 빈부격차는 심한 편이다. 종합보험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라이더가 대부분이다. 리스료를 내고 오토바이를 빌려 타는 라이더가 많은 원인 중 하나다. 리스료에는 보험료가 포함돼 있다.

보험료 등락에 따라 리스료가 출렁이는 구조다. 리스회사가 드는 종합보험은 일반 개인이 가입하는 상품과 다르다. 보험료가 불규칙적으로 변동한다. 이에 맞춰 리스료가 오르고 내리길 반복한다. 배달 한 건당 3500원 남짓을 버는 라이더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리스회사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선지급·후정산 형태로 사업을 운영한다. 오토바이를 구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 보험료, 취·등록세, 배달통 등을 전부 부담한다. 배달 대행업체와 라이더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해야만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배달 대행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 오토바이를 내준 리스회사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고액 보험료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한다. 출퇴근용 오토바이 보험을 들고 배달 일을 하는 라이더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업 삼아 일하는 라이더가 많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사고가 터지면 보상은커녕 보험사기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보험료를 피하기 위한 일탈이 계속되고 있다.

프리랜서 라이더 선호 현상까지 나타난다. 라이더가 본인 오토바이로 일하기 때문에 배달 대행업체는 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다. 회사 오토바이를 몰다 사고가 나면 라이더와 회사가 반반씩 책임져야 한다. 전체 라이더 중 프리랜서 비중은 40%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움직임이 자칫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사고 책임을 온전히 라이더에 물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프리랜서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으로 번질 수 있다.

이른바 '을(乙) 간의 전쟁' 양상까지 보인다. 경기 침체 여파가 크다. 경영난을 겪는 배달 음식점은 상생보다 수익 증대에 무게를 둔다. 라이더를 직접 고용했을 때보다 인건비가 절반 넘게 줄었다. 보험료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라이더 수입인 배달료 인상에는 인색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라이더는 “운전을 하다 보면 각종 사건·사고에 노출되는데 실제로 사망 사고를 접하기도 한다”며 “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피하려 종합보험을 들고 있지만 금전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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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자신문DB.

◇보험사 자율로는 안 돼…“정부·업계 머리 맞대야”

보험시장 개선 요구가 제기된다. 보맵은 보험사 자율에 맡기면 오토바이 보험시장이 절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사 스스로 종합보험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보맵은 보험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인슈어테크' 시장을 연 스타트업이다.

보맵에 따르면 보험사 사이 배달시장은 보험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다. 그러다 보니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소홀하다. 결국 정부와 배달 대행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맵은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배달 대행업체가 공동 분담금을 조성한 뒤 확보된 구매력을 바탕으로 보험사와 협상, 보험료를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연령에 따라 위험도를 달리 평가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운행 시간 및 상태가 트래킹되는 라이더에 한해 실제 운행한 만큼 보험료를 내도록 하자는 제언도 덧붙였다.

위험 분산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사회 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운전자 사고습관 데이터를 수집하고 오토바이 에어백과 같은 안전장치 개발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당부다. 정부를 두고는 저소득계층 대상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정책과 연계, 종합보험 가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도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현재 오토바이 보험은 퀵 업체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됐다. 중·장거리 운행 위주 퀵 업체 손해율을 단거리 중심 배달 대행업체에 적용했다.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 관계자는 “사고율을 측정할 합리적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보험 인수를 꺼린다”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확한 보험료가 책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신문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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