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회사 지분 상속에 관해 여전히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또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가족의 경영 복귀나 상속제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조원태 회장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는 '강성부펀드(KCGI)' 측에 대해 “대주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경영권 방어 의지는 확고히 했다.
조원태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 대한항공 기자간담회'에서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지분 상속을 두고 가족들과 불화가 있다는 것을 에둘러 밝히면서 가족 불화를 사실상 인정했다. 조원태 회장은 “가족과 많이 협의가 됐다고 말을 못하지만 잘 진행되고 있으며, 더 이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우니 이해하고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고 밝혔다.
4월 조양호 전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한진가는 아직 상속 관련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진칼은 오너가의 지분율이 24.79%다. 조양호 전 회장 지분이 17.85%로 가장 많다. 조원태 회장이 2.34%, 조현아 전 부사장이 2.31%, 조현민 전 전무가 2.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날 조양호 전 회장의 상속 관련 구체적인 유언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민법에 따라 상속비율이 배우자 1.5, 자녀들은 각 1.0이 된다. 이 전 이사장은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 17.84% 가운데 가장 많은 5.94%를 상속받게 된다. 3남매는 각 3.96%를 상속받게 된다. 그 결과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 6.30%, 조현아 전 부사장 6.27%, 조현민 전 전무 6.26%, 이 전 이사장 5.94%로 나눠지게 된다.
현재 한진가의 지분 상속 세금은 3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지분 상속으로 경영권 승계 시 최고세율에 30% 할증이 붙어 최대 65% 세율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원태 회장 측은 이날도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이나 가족들의 경영 복귀 관련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자금 마련을 위해 상속 지분의 일부를 내놓는 방법이 있지만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의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위험하다. KCGI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보유 지분을 지난 4월 14.98%에서 15.98%로 늘렸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한 뒤 꾸준히 보유 지분을 확대해 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