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기업은 운영이 너무 어려워요.” 정보보호기술을 개발하는 소기업 대표의 넋두리에 고개를 끄덕이는 동조자가 꽤 많다. 초기투자와 개발자 확보, 버그 관리, 소프트웨어(SW) 유통 등 챙겨야 할 사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성공 보상이 크다 해도 개발·유통·관리로 전개되는 SW의 생애 주기 초기 단계부터 난관에 부닥치는 경우가 성공 가능성에 비해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지식경제부가 SW를 주관하던 2011년에 월드베스트SW(WBS) 육성 사업을 추진했다. 승자독식의 SW 분야에 3년 동안 1조원을 투입해 세계 최고를 육성하려는 야심 찬 의도로 시작됐지만 예산은 20% 이하로 축소됐고, 가능성 있는 후보 솔루션을 찾아내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불거진 위기를 항공우주, 모바일, 정보보호, 영상진단, 교통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SW 개발로 타개하려는 의미 있는 사업이었다.
아쉽게도 정부 조직 개편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업은 중단되고, WBS는 중도 하차했다. 1차연도부터 900억원으로 사업이 축소되고, 세계 최고의 SW도 요원했기 때문이다. 산업의 중심축이 (하드웨어)HW에서 SW로 옮겨 가는 것을 이해한 담당 공무원의 기획을 뭉갠 정권이 야속하고, 사업이 지속됐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크다.
지금도 정부는 불법복제 금지, 하도급체계 개선, 유지보수비 현실화, 과당경쟁 억제 등 SW 산업 생태계 조성과 R&D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 확보, SW마에스트로와 SW중심대학 지원 사업을 통한 인력 양성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권 교체에도 SW 육성 정책이 유지되고 있어 다행이다. 이제는 과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책 성공의 3대 요소인 강력〃지속〃균형을 토대로 현장에 뿌리를 내리는지 점검이 필요한 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W 전공자 양성, 비전공자 대상 SW 기초교육, SW 가치의 사회 확산, 현장 교육 기반의 인력 양성을 목표로 매년 20억원을 지원하는 SW중심대학 사업은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확대되고 있다. 최초 7개 대학이 35개 대학으로 증가하는 외형 팽창은 물론 교육 경험 공유를 통해 내실 발전도 확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차 사업 종료 후 현재와 연계된 후속 사업으로 연속성을 담보해 수확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SW중심대학 사업이 인재 양성에 성공하고 있다는 중론이긴 하지만 SW 시장 창출로 연계되지 않으면 반쪽의 성공이다. SW 관련 시장 육성이 동반돼야 한다.
정보 보호, 클라우드, 가상현실(VR) 등 국내 솔루션 시장이 위기에 놓였다. 외국 제품 유통이 그 주범이다. SW 개발은 인력, 초기 투자, 제품 안정화 등 험난할 길을 걸어 가야 하는 반면에 외국 제품 유통은 별다른 투자도 시간과 인력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개발보다는 유통을 선택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유통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 외국 제품 사용자를 제한하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정부 차원에서 기초가 허물어지는 위험을 제고해야 한다. 개발과 유통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세계 최고의 국내 SW를 다수 창출하기 위해 SW 개발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최근 집중 육성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맞물려 정책을 시행하면 불가능하지도 않다. AI나 블록체인 등 급성장하는 분야도 개발이 전제하지 않으면 한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