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애플 등 패러다임 전환이 발생하는 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혁신을 추구해 왔습니다. 한국바이오벤처에서 바이오에 불고 있는 거대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는 혁신을 도울 것입니다.”
최근 아벨리노랩 경영자문으로 합류한 윌리엄 스테시어는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첫 바이오 분야 경력을 한국 바이오벤처에서 쌓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테시어 경영자문은 “경력 대부분을 IT 분야에 있다보니 바이오 분야 경험은 대학시절 수업을 들어 본 것 외에 없다”면서 “분명한 것은 바이오산업은 유전자 정보 등 데이터를 수집, 분석,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시어는 글로벌 IT 거물이다. 3월까지 애플에서 시리 부문을 총괄하는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2년 당시 시리 초기 개발자가 대부분 퇴사하고, 성능조차 바닥을 칠 때 구원투수로 영입돼 현재 시리 입지를 만들었다. 애플 전에는 아마존A9에서 검색엔진, 검색광고 개발·운영을 전담했다. 온라인 광고, 음성인식 등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 중심에서 혁신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그가 바이오를 선택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IT업계는 물론 외신까지 깜짝 놀라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고도 전문성이 필요한 바이오 영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데이터'에 있다.
스테시어 경영자문은 “유전자 분야도 현미경이 아닌 IT 기반 시퀀싱으로 실험하고 진단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바이오 분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빅데이터가 생성되는데, 내가 쌓은 IT 경험을 녹여내 바이오 인포메틱스를 통한 원인과 해결책 제시가 목표”라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에 디지털 전환이 시작되지만 산재한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지, 서식이 다른 데이터를 표준화할지 방법이 막막하다. 글로벌 IT기업에서 데이터 기반 시스템 개발과 마케팅을 전담해 온 그에게 바이오 빅데이터 체계 구축은 또 하나의 거대 도전이다.
스테시어 경영자문은 “바이오 빅데이터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다른 영역이며, 이것을 활용하는데 필요한 노하우를 얻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결론 도달 과정에서 표준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며, 여기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개발까지 검토한다”고 말했다.
IT 거물인 그가 수많은 러브콜을 뿌리치고 바이오를 택한 것도 관심을 끌었지만, 그 기업이 한국 작은 벤처라는 점은 의아함까지 낳았다. 2008년 설립된 아벨리노랩은 희귀질환인 각막이상증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 얼스터대학과 손잡고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까지 진행 중이다.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등에 법인을 세웠다.
그 역시 알지 못했던 한국 작은 바이오벤처에 합류한 것은 이진 아벨리노랩 회장이 가진 '데이터 비전'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아벨리노랩은 글로벌 안과 병·의원에 각막이상증 진단 키트를 공급하면서 꾸준히 유전체 데이터를 축적했다. 2022년부터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200만명 데이터를 확보, 안과뿐 아니라 다른 질병까지 진단하는 서비스 개발이 목표다. 안과 영역 특수성,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단 시장 진출을 노리는 비전과 함께 명확한 데이터 활용 전략이 그를 이곳으로 오게 만들었다.
스테시어 경영자문은 “아벨리노랩이 추후 확보할 빅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활용하는 체계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면서 “데이터가 늘수록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기술 도입이 필요한데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