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 원자력발전소 내부 수조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하는 상황이다. 곧 포화상태에 달해 자칫 사용후핵연료로 원전이 멈춰설 위기에 처했다.
중수로형 월성원전은 2021부터 포화가 예상되고, 경수로형 원전은 한빛 2026년, 한울 2028년, 신월성이 2039년 순으로 저장시설 포화가 눈앞에 와 있다.
정부는 지난 1983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해 부지 확보를 시도했다. 1990년 안면도 1994년 굴업도, 2004년 부안 등 9차례 시도가 모두 무산됐다. 2005년에 주민투표를 시행해 중저준위시설만 경주에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009년 12월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추진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2016년엔 기본계획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 그간 정책을 재검토한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그간 세운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당시 세운 기본계획에는 약 12년에 걸쳐 부지선정을 추진하고 인허가용 지하 연구시설, 중간 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이 동일부지에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담았다.
2020년에 지하연구시설 부지를 먼저 선정하고 2030년에 처분실증연구에 착수해 2051년부터 처분시설을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실제 처분조건과 유사한 지하환경에서 처분시스템 성능이 안전하게 구현되는지 실증하는 지하 시험시설을 우선 세우는 형태다. 지하연구시설 부지에 처분전보관시설을 건설하되, 불가피한 경우 원전부지 내 단기저장시설을 설치·운영을 권고했다.
또 지하연구시설과 처분시설 입지지역에는 '환경감시센터'를 설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아울러 지금까지 원자력발전소 수조에 저장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건식저장 관련 용기와 시설물에 대한 설계기술과 건설·운영기술의 조기 확보와 관련 인허가 획득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부지평가와 관련해선 기술을 개발해 부지선정과정에 활용하고, 지하연구시설을 운영해 영구처분 안전성을 입증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투자계획과 안전대책 그리고 주민 수용성을 고려한 정책적 지원근거도 담겼다.
공론화도 거쳤다. 산업부 장관이 위촉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2013년 10월 30일 출범해 20개월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산업부는 15명 위원으로 위원회를 꾸렸으나 출범 당일 사전회의에 참석한 시민단체 2명이 회의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퇴장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이와 관련 “2016년 정부가 안을 만들 때에도 수년간 공론화를 통해 근거를 만든 것인데 이 과정을 새롭게 시작하면 자칫 원전을 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용후핵연료관리시설은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술과 시설”이라며 “재검토위원회가 제대로 방향을 정하고 조속히 부지확보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