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 4억건 늘었지만 밴 매출은 100억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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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용카드 거래 건수가 4억건 가까이 증가했지만 카드 후방산업인 밴(VAN)의 매출은 100억원 이상 곤두박질쳤다. 카드 거래 대행 업무가 전년 대비 증가했음에도 수익은 오히려 급락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정부의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사가 밴사에 주는 대행 수익을 대폭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파로 올 하반기 중소 밴사가 매물로 나올 처지에 놓였다.

19일 전자신문이 국내 12개 밴사의 총 매출과 카드 거래 건수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12개 밴사의 카드 거래 대행 건수는 39억4814만8264건, 매출은 2729억243만4158원이었다. 이에 비해 올해 1분기 카드 거래 대행 건수는 43억3937만1401건, 매출은 2622억1519만9098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거래 대행 건수는 4억건 가까이 늘어 업무가 폭증했지만 오히려 대행 대가로 받는 수익은 1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전자 대행 업무가 늘어 인건비와 인프라 투자비용 부담도 늘었지만 이를 충당시켜 줄 매출 수익이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한 대형 밴사 대표는 “10만원이나 1만원을 카드로 결제해도 밴사 업무는 동일하지만 최근 카드사가 밴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정률제를 도입하면서 소액결제 대행 비용의 경우 90% 이상이 축소됐다”면서 “당장 6월부터 정부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사가 밴 수수료를 추가 인하한 체계가 도입돼 후방산업인 밴 업계는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2015년 무서명 거래 협약에 따라 밴 대리점에 주는 가맹점관리 수수료 협약을 카드사가 깨고 보전 자금을 낮춰 지급, 그 부담도 밴사가 떠안고 있었다.

대행 업무가 늘어난 대신 받는 돈이 줄어듦으로써 일부 영세 밴사는 조만간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거래 건수는 무려 9.9% 늘었지만 매출은 3.9%로 폭락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밴 수수료를 30% 이상 인하하겠다고 통보한 카드사도 나타나 밴 산업의 대규모 구조 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 전문가들은 파행을 막기 위해서는 카드사가 밴사의 통신업 특성을 인정하고 특정 금액 이하 소액 결제에 대해 비용 원가를 보전해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 관계자는 “카드사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에 따른 밴 정률제 인하 효과를 제외한 추가적인 밴 수수료 인하 조치를 금융 당국에서도 모니터링해서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면서 “직승진 전환이나 기존 매입수수료의 일방적 인하를 막지 않는다면 밴 업계는 올해 줄도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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