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XYZ 코칭]<9>츤데레 선배의 칭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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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과 인정은 세대를 막론하고 가치가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은가. 생존과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인간이 가장 강렬하게 추구하는 욕구가 인정 욕구다. 인정과 존중은 금전 급여 못지않은 영혼의 급여다. 특히 밀레니엄 세대는 인정의 초성을 따서 'ㅇㅈ 세대'라 불릴 정도로 인정이 중요하고, '셀피 세대'라 불릴 정도로 자아도취 성향이 강하다. 어려서부터 “너는 특별하다” “너는 대단하다” '너는 잘했다”라는 칭찬을 받으면서 자랐고, '바른생활부장' '과학부장' '미술부장' '홍보부장' '도서부장' '체육부장' 등 각자의 재능을 인정받으면서 학교 생활을 했다. 평가받고 돋보이는 것에 익숙하고, 자신감이 충만한 세대다. 밀레니엄 세대에게 인정은 회사 생활에서 있으면 좋은 부가적인 것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필수인 것이다. 급여와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인정과 심리적 만족감이 없으면 마음이 떠나는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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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정과 칭찬에 대한 기대가 높다. 선배 세대처럼 칭찬 자체만으로 감동하지 않는다. “괜찮네” “이번에 좋았어” “수고 많았네” “술이나 한잔 하지”라는 말 한마디에도 뿌듯해 하고 영광스러워하는 선배 세대와는 다르다. 세밀하고 진정성 있게 칭찬하는지를 가려 내고, 진심을 담아 존중하는지를 분별하는 세대다. “잘했네. 다음에도 맡겨야겠어. 기대할게” “다음 번엔 상금 있으니까 잘해 봐”처럼 더 일을 시키기 위해 조건을 붙여서 조종하는 것은 인정이라 여기지 않는다. “대단하네, 잘했어” “생각보다 아주 잘하는데” “역시 요즘 젊은 사람들은 대단해”와 같이 뭉뚱그려서 칭찬하면 인사 치레라고 생각한다. “패션 감각이 남달라” “기억력이 참 좋아” “컴퓨터 참 잘하네”와 같이 매번 레퍼토리가 똑같은 칭찬도 상투 표현이라고 여긴다. 진심없이 계산하듯 칭찬하거나 마음없이 겉치레를 하면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넘어가지도 않고 속아 주지도 않는다. 과시와 허세가 통하지 않는다.

밀레니엄 세대는 오히려 '츤데레'의 세심함을 좋아한다. 츤데레는 일본어로 퉁명스러움을 뜻하는 '쓴쓴'과 부끄러움을 표현하는 '데레데레'를 합성한 일본의 인터넷 유행어다. 무심한 듯 하지만 세심하고, 무뚝뚝한 것 같지만 정이 많은 사람을 뜻한다. 한국의 대표 츤데레로는 TV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윤식당'의 이서진을 꼽을 수 있다. 인터뷰할 때는 툴툴거리면서도 게스트 하나하나를 다 챙기는 모습에서 붙은 별명이다. 츤데레는 말을 앞세우지 않아도 행동으로 진정성이 드러난다.

독립심과 자율성이 강한 밀레니엄 세대는 무관심한 듯 믿어 주고 자유롭게 맡겨 주기를 바란다.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세요' '내 스타일대로 해볼게요' '정답이 하나는 아니잖아요'라는 생각을 존중해 주고, 알지만 모르는 척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 또 독립 성향이 강한 만큼 의존 성향도 강한 양면성을 이해해서 '뭘 모르는지는 모르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 주세요'라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필요한 순간에 행동으로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 모두를 모아놓고 싸잡아서 “애썼어요” “수고 많았어요” “우리 모두가 함께한 덕분이에요”라고 떠벌리는 것보다 개개인의 상황을 헤아려서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님은 먼 길 다니느라 애썼어요” “△△님도 늦게까지 퇴근 못하고 작업해 줘서 고마웠어요” “××님은 이번 주에 감기도 심했는데 끝까지 해 줘서 큰 힘이 됐어요” “▽▽님은 시험이라고 들었는데 이 일까지 겹쳐서 많이 힘들었지요?” 등 각자의 정보와 의미를 담아서 감사하는 것을 진정하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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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없이 습관처럼 남발하는 칭찬이 아니라 한 번을 하더라도 진실되게 마음을 담아 제대로 해야 한다. 선배가 스스로 일이 잘돼 제 흥에 겨워 칭찬하는 것보다 후배가 바라던 성취가 실현됐을 때 후배 편에 서서 인정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후배는 “이번에 ▲▲대리의 기획이 큰 도움이 됐어. 기획력을 높이기 위해 책도 보고 이러닝도 공부하더니 효과가 큰 것 같아. 노력한 게 성과가 있어서 뿌듯하지?”라는 칭찬을 듣고 싶은데 선배는 “이번에 디자인 시안 좋았어. 끝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기분 좋은데 술 한잔 하러 갈까?”라고 칭찬하면 후배는 달갑지가 않다. 선배 입장에서 하고 싶은 칭찬을 하지 말고 후배 입장에서 듣고 싶은 칭찬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후배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잘하고 싶어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대충 훑어 보고 해 오던 대로 칭찬하지 말고 곰곰히 관찰해서 각자의 의미를 살려 줘야 한다. 어릴 때 방학숙제로 곤충기를 쓰듯이 후배를 관찰하고 연구해야 한다. 츤데레 선배는 입으로 말하지 않고 몸으로 말한다. 유창성으로 점수를 따지 않고 진정성으로 마음을 얻는다. 칭찬과 인정은 모두에게 효과가 있지만 모두에게 똑같이 하면 안 된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이사 topt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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