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29일 고위공직자수사처 인사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고위공직자수사처법(공수처법)을 별도 발의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이날 권은희 의원 대표발의로 법안을 국회사무처에 접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해당 법안을 기존 여야 4당 합의안과 함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키로 했다.
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은 공수처 수사대상을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부패범죄나 관련 범죄로 정했다. 기존 안은 특정 고위공직자를 수사대상으로 한다.
수사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사처장이 인사권을 갖도록 했다. 이를 위해 인사위원회 위원 구성은 △처장 △차장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합의하고 국회의장이 추천한 3인 등으로 정했다.
공동발의자에는 권 의원과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바른미래당 김동철·박주선·주승용·이찬열·임재훈·채이배·최도자 의원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권 의원은 “여야 4당의 합의에 기초한 민주당 공수처법안과 기본 골격을 같이 하지만, 수사대상과 공수처의 독립성과 기소권 등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안은 공수처 인사권한을 대통령이 갖는다.
민주당 안이 판사와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기소권한을 공수처에 줬다면, 권 의원 안은 '기소심의위원회'에 주도록 한 것도 차이점이다. 기소심의위에서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기소심의위원은 만 2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중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수처장이 위촉하도록 했다.
바른미래당이 이 같은 공수처법안을 발의하면서 민주당은 관련 논의를 위한 긴급 의원총회 열었다. 오전부터 진행된 의총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결론났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수용키로 했다”면서 “기존 안과 바른미래당 안 두 개를 모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밤 늦게라도 사개특위와 정개특위를 모두 열고 공수처법 두 개와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두 개의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여야 합의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고 나머지는 폐기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장 330일 이후 두 개 법안이 모두 본회의에 상정되는 식이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해 바른정당계 바른미래당 의원은 물론 김삼화, 김수민, 신용현 의원 등 안철수계 의원도 강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절대 반대를 고수하면서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수용한다 해도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한 상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 및 당지자들에게 국회 내에서 비상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4당 원내대표가 함께 논의할 사항을 별도 법안 발의로 갈음해선 안된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바른미래당 별도 안 제출은) 패스트트랙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필요하다면 4당 원내대표 회담을 다시 개최해서 단일안 만들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