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꼴파일 저작권 침해 무차별 소송...전국 초중고 '주의보'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저작권 침해' 주의보가 내렸다. 글꼴 업체와 일부 로펌이 전국 교육청과 학교 대상으로 저작권 소송을 무차별 제기하고 있다. 소송 전 단계인 내용증명을 받은 이용자들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침해 여부를 묻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상담 건수도 올해 들어 급증했다.

28일 저작권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국 교육청과 학교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준비 단계의 내용증명이 잇달아 전달됐다. 파악된 것만 수백건이다.

글꼴파일 제작업체 A사는 지난해 6월부터 인천 소재 학교 400여곳을 대상으로 내용증명 등 손해배상청구 문서를 발송했다. 대규모 손해 배상을 청구한 것은 2016년 8월에 시작한 법정 다툼에서 일부 승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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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이보다 앞서 2016년 인천시 교육청과 인천 소재 공립·사립 초등학교 두 곳을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이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대법원은 2018년에 건당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500만원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A사는 대법원 판결 직후인 지난해 4분기 소송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경기교육청 대상으로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200만원을 배상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4월 말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A사가 소송에서 일부 배상액을 인정받자 올 상반기에 다른 글꼴 업체도 무차별 저작권 소송에 가세했다. 올 3월까지 저작권위가 접수한 글꼴파일 저작권 침해 주장 내용증명 관련 상담 건수는 366건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올해 전체 상담 건수는 지난해 대비 약 5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위 관계자는 “A사를 필두로 하여 글꼴파일 저작권 업체들이 전국 단위로 저작권 침해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글꼴파일 업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손해배상액은 수백억원 규모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일선 학교와 교육청이 배상해야 하는 액수를 추산하면 최소 수억원에서 20억원 이상 규모가 된다.

저작권위 관계자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 사례 외에 침해 여부가 불분명한 건에 대해서도 피해 주장과 합의 종용이 이어져 많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면서 “일선 학교 현장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저작권위에 접수된 '글꼴파일 저작권' 관련 상담 비율은 2015년 이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3월 말 현재 전체 저작권 상담 건수 가운데 글꼴파일 상담 비율은 8%를 기록했다. 2015년 4.5%, 2017년 4.3%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치다. 지난해 6.1%에 비해서도 1.9%포인트(P)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특정한 모양의 글자 집합인 '글자체'는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등에 나타내기 위해 글자체를 디지털화한 글꼴파일은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로서 보호 대상이다.

글꼴파일은 경우에 따라 저작재산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주로 교사가 수업 자료를 만들 때 침해가 발생한다.

침해 대표 사례는 △이용 제한 표시 없는 글꼴(폰트)을 내려 받거나 △사적 이용을 위해 글꼴파일을 설치하거나 △외주 업체의 작업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 글꼴파일을 설치하는 경우다. 직원이 불법으로 글꼴파일을 설치하면 회사도 책임을 질 수 있다.

다만 △다른 사람이 작성한 한글 문서를 수정해서 사용하거나 △출판된 도서·잡지를 이미지로 변환하거나 △특정 프로그램이 제공한 번들 글꼴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괜찮다.

<표> 최근 5년간 글꼴 파일 저작권 상담 건수, 출처 저작권위원회

글꼴파일 저작권 침해 무차별 소송...전국 초중고 '주의보'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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