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57>브로커 없는 보험사 '레모네이드'의 혁신

최근 유니콘 기업으로 승격한 회사 가운데 모바일 보험회사 레모네이드가 주목받고 있다. 기업 가치 20억달러다. 레모네이드는 주택의 손해보험을 취급하는 상해보험 전문 회사다. 2016년 대니얼 슈라이버와 샤이 위닝거가 공동 창업했고, 미국 뉴욕에서 사업을 개시했다.

어느 나라나 보험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매우 낮고, 보험 브로커에 대한 사회 인식도 높지 않다. 그리고 핀테크의 광풍에도 보험업은 브로커에 의지하며 혁신의 무풍지대에 가깝게 남아있었다. 이런 보험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소명으로 두 공동 창업자가 의기투합했다.

슈라이버 최고경영자(CEO)는 정보기술(IT)업계에서 산업의 급속한 변혁을 경험했다. 무선충전기술회사 파우워매트 사장, 메모리 반도체 회사 샌디스크 수석부사장직을 거쳤다. 공동 창업자 위닝거는 파이버(Fiverr)를 포함해 일곱 번째 창업으로 '시리얼 창업자'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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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의 혁신이 주목받는 것은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보험을 가입하고 보험 청구를 하는 회사라는 점이다. 브로커 없이 운영하는 개인간거래(P2P) 보험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90초 안에 가입이 가능하고, 보험 청구 또한 모바일 앱에서 3분 이내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AI)으로 무장된 '에이 아이 짐(A.I. Jim)'이라고 불리는 챗봇이 고객을 대응하기 때문이다. 레모네이드는 챗봇이 가입 승인을 판단하고, 보험 청구를 할 경우에도 챗봇이 청구서를 검토한다. 18가지 보험 사기를 검증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심사를 진행한다. 2016년에 외투를 분실한 고객의 보험 청구는 3초 만에 승인된 기록이 있다.

이는 듀크대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 교수의 행동경제학 이론이 AI 알고리즘에 결합됐다. 앨리얼리 교수는 '경제 심리학' '상식밖의 경제학' 등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다양한 회사에서 행동경제학 이론을 적용하며 심리학과 행동과학의 유용성을 증명하고 있다.

보험회사와 고객 간 신뢰가 낮은 이유는 이른바 '정보 비대칭' 문제 때문이다. 사업자는 고객이 보험 사기를 치거나 정보를 왜곡하고 숨길 가능성을 의심하고, 고객은 보험사가 정당한 보험 청구 지불을 회피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레모네이드는 행동과학 연구 결과와 AI 알고리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대표 사례다.

또 다른 혁신은 보험료를 받으면 이 회사는 25%를 회사의 수수료로 취하고 남은 75%를 고객의 보험 청구 지급과 재보험 비용으로 별도 관리한다. 정산 후 남은 금액은 고객이 지정하는 단체에 기부하는 '기브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는 보험 사기나 부당한 청구의 유혹을 감소시키고 절약된 보험료를 사회를 돕는 일로 나누는 기쁨을 선사한다. 이러한 기여로 보험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사회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B 코퍼레이션 인증을 받았다.

2016년에 서비스를 개시한 챗봇은 1년 만에 가입자를 1만4000명 이상 확보했다. 구글 벤처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세쿼이아 캐피털 등 굴지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니콘에 등극했다. AI의 실용 가치와 보험업의 미래 방향을 선도하고 있다.

레모네이드와 같은 혁신이 우리나라에서는 나오기 어렵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험감독원이 보험회사에 고객 선정과 보험료 책정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핀테크 혁신의 가장 큰 장애는 규제와 관치 금융이라는 점을 레모네이드 사례가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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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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